.우리 집에? 갑자기, 너희 집은 어쩌고?"......고요한이 어벙한 얼굴로 물었다. 갑자기 나타난 나에게 당황한 눈치였다. 이렇게 당황한 고요한은 또처음 본다. 나는 할 말을 잃고 머뭇거렸다. 반응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뭐 딱히 어떤 반응을 예상한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 모든 최악의 상황들이 나를 이 낯선 초인종 앞으로 이끌었다."그래, 이렇게 계속 길거리에 있을 순 없잖아."나는 애써 혼잣말로 다짐했다. 한숨을 더 크게 쉬고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삐-익-.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게 한울타리 안에 있으면 한집이죠."최 전무의 말을 듣는 내내 이준은 머릿속에 그 구조를 그려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서 잘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려니 귀찮네요."최 전무가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준은 당연히자고 갈 거라 생각해서 일어날 시간을 물은 것이었다. 그가 자고 가지 않는 경우의 수가 생겨난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그가 갈 때 배웅도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이준은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상체를 번쩍 일으켰다. 옆에는 최 전무가 없었다. 또 잤나, 하는 생각에 침대에서 내려왔더니 방 안의 욕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문을 벌컥 열어 보면 안될 것 같아서 가만 귀를 대어 보니 면도기 웅웅대는소리가 나고 있었다.‘아직 안 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