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도시
토르벤 쿨만 지음, 이원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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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도시 이름 그대로 회색빛으로 뒤덮인 도시 속에서 한 아이가 ‘색’을 발견하고, 그 색이 어떻게 도시 전체를 변화시키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첫 장면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회색 건물, 흐린 하늘, 정리된 듯 반복되는 도시의 풍경은 단조로운 삶과 감정의 무채색을 은유한다. 이 도시 속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늘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감정 표현조차 잊어버린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책은 이런 반복적인 회색 삶 속에서 ‘다르게 보기’가 왜 중요한지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 회색 도시의 중심에는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늘 답답함과 고립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도시 어딘가에서 작은 색깔 하나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는다. 이 작은 색은 곧 호기심, 발견, 생기의 상징이 되며 아이의 눈과 마음을 흔든다. 이 과정은 아이가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내면의 깨어남이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 중 하나는 색채의 대비이다. 회색으로 가득한 화면 속에서 ‘색’이 등장하는 순간이 극적이기 때문에, 독자는 그 작은 변화조차 생생하게 느낀다. 아이가 색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이어질수록 그림 속 색은 점점 확장되고, 도시의 정적은 균열을 일으킨다. 결국 이 변화는 아이 한 명의 관찰과 행동이 도시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은유적 메시지가 된다.

이 그림책은 단순히 ‘색이 도시를 바꿨다’는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시의 회색은 무기력함, 단조로움, 반복되는 일상, 상실된 감정 등 현대인의 삶에 스며든 다양한 모습을 상징하며, 아이가 발견한 색은 새로운 시선, 자유로운 상상, 감정의 회복, 연결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변화의 출발점은 언제나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보여짐’과 ‘깨달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또한 책은 말보다 그림이 더 많은 서사를 담아내는 그림책의 특징을 극대화한다. 섬세한 회색 톤의 표현, 조용한 도시 풍경 속에 숨겨진 다양한 디테일, 아이의 미묘한 표정 변화까지 모두 독자가 스스로 읽어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책을 읽는 과정은 ‘색 찾기’이자 동시에 ‘마음 읽기’가 된다.

현대 사회의 단조로움 속에서도 작은 변화의 순간을 발견해낼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그림책이다. 아이와 성인에게는 깊은 울림을 주며, 회색처럼 무심하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도 색을 만들어 가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임을 조용하게 깨닫게 한다.

‘관찰’과 ‘감정 회복’, ‘새로운 시선’이라는 주제로 활동을 확장하기에도 좋으며, 수업에서 활용하면 아이들이 색, 환경, 감정, 변화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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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새와 같아요! 생각하는 분홍고래 25
안드레아 파로토 지음, 안나 피롤리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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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는 일이 얼마나 용기와 성찰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진실이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상징적이고도 따뜻한 방식으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책 속에서 진실은 ‘새’로 형상화되는데, 이는 진실이 가볍고 투명하며, 때로는 우리 손에서 쉽게 날아가 버릴 수도 있지만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 비상한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진실은 단순히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 이상의 가치”임을 생각하게 한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들이 항상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진실을 감추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속이려는 유혹, 혹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말하지 않으려는 망설임 등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따뜻한 그림과 은유로 표현한다. 진실이 새처럼 흔들리고, 겁을 먹고, 때로는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국 세상 밖으로 나와 빛을 만나는 과정은 ‘진실을 말하는 용기’가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성찰을 이해하게 만든다.

화사하면서도 세밀한 색채는 ‘진실’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친근하게 다가오도록 돕고,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숲과 생명체들은 진실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장시킨다. 아이들은 다양한 상징 요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과 상황을 읽어내며, 어른은 잊고 살았던 윤리적 마음의 기준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진실은 스스로 날아오르는 힘을 가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군가가 진실을 억누르거나 감추려 해도, 진실은 언젠가 모습을 드러내며 관계를 회복시키고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아이들에게는 정직함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어른들에게는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치유적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로, 가정·학교·상담 현장에서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도 훌륭한 그림책이다. 진실이 주는 어려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그린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새를 날려 보낼 용기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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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숨겨버릴 거야
임연옥 지음 / 아스터로이드북(asteroidboo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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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불안, 실수, 두려움, 부끄러움 같은 감정들을 조용하고 섬세하게 다룬 그림책이다. 미로 같은 학교 구조와 이곳저곳 숨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주인공이 자기 감정을 ‘보이지 않게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말보다 그림이 먼저 이야기를 건네며, 아이가 그림 속 상황을 따라가며 주인공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해석하도록 이끈다.

주인공 아이는 하루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여러 감정들을 계속해서 숨기고자 한다. 작게는 실수와 걱정, 크게는 누군가의 시선이 두려운 마음까지 모두 “다 숨겨 버릴 거야”라는 말로 감추려 한다. 하지만 책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을 숨기는 것이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속 다른 구석으로 옮겨질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는 아이들이 흔히 겪는 감정 처리 방식과 매우 닮아 있어 아이가 깊이 공감하게 한다.

그림은 복잡한 듯 차분한 공간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관찰 자체가 이야기가 되는 구조다. 아이들은 장면을 찾아보며 “이 아이는 왜 여기 숨어 있을까?”, “어떤 감정을 숨긴 걸까?”를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이는 감정 이해·공감 교육에 매우 효과적이다.
감정을 숨기고 싶은 마음 자체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은 결국 드러내야 이해받을 수 있다고 따뜻하게 전달하는 그림책이다.아이, 성인모두 ‘마음 들여다보기’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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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작은 것들이 - 흙이 꾸는 꿈, 두번째 이야기
황율 지음 / 파란의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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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아주 작은 존재들’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그림책이며 표지만 보아도 다양한 들꽃과 작은 벌들의 움직임, 그리고 작은 아이 한 명이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 전체 책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한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면 작은 것들도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부드럽게 스며들어 있다.

생명들의 세계를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며 꽃 하나, 벌 한 마리, 아주 작은 잎사귀의 떨림까지도 세심하게 묘사하여 아이들에게 ‘관찰하는 힘’을 키워 준다. 따뜻하고 섬세한 색감이 더해져, 단지 예쁜 그림책이 아니라 마음을 조용히 고요하게 만드는 힐링의 책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세상을 만든다는 흐름은 아이에게 생명의 연결성, 존중, 그리고 배려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 주고 작고 사소해 보이는 존재들도 모두 자기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겸손함과 감사함을 일깨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작고 작은 것들이는 화려함이나 큰 사건이 없는 대신, 작은 존재들의 숨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열어 주는 그림책으로 아이와 함께 자연을 산책하듯 읽다 보면, 우리 곁의 작은 생명들을 더 소중히 바라보게 되는 따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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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박사는 괜찮아!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8
장은주 지음 / 북극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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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라는 친숙한 해양 생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돕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문어 박사는 여덟 개의 다리와 독특한 외모, 빠른 머리 회전, 그리고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히 “똑똑한 문어 박사”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때때로 실수하고 우왕좌왕하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힘 있게 전한다.

'괜찮아’라는 말의 힘이다. 문어 박사는 박사 학위처럼 보이는 모자를 쓰고 안경을 낀 채 바다 속 친구들을 만나지만,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하는 완벽한 영웅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도우려다가 일이 더 복잡해지기도 하고, 스스로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고민한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문어 박사의 진심을 알아주고, 결국 문어 박사 또한 자신의 서툼과 부족함을 스스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실수해도 괜찮아, 너 그대로도 충분해”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문어 박사의 표정, 다리가 꼬이고 흔들리는 모습, 바닷속 생물들이 서로 돕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기 인정’과 ‘다양성 존중’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담고 있다. 아이들은 문어 박사를 통해 능력이 완벽하지 않아도 각자 가진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친구를 도울 때 정답을 찾지 못해도,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바닷속 다양한 생물들이 저마다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장면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포용성과 다양성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책이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아이를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 하지 말자”, “서툼 속에서 자라는 힘을 믿어주자”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실수와 성장, 다양성을 다정하게 포용하는 그림책으로, 아이의 자존감과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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