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
이우평 지음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주변이나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 무심코 지나쳤던 사회, 자연 현상도 관심을 가지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법이다. 더 많은 게 보일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여는글. by 이우평작가
이우평 작가의 <한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탐사> 책 안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명소들이 가득 넘쳐난다.
애써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이기에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비전문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세한 설명과 다소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지형의 형성 과정들은 완성도 높은 3D 그림들과 그에 따른 설명들이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평생 지리를 연구해온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자연을 묘사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은 읽는 동안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답고 친절하며 고마운 책이다.
700여 페이지 분량의 이 책에는 전 세계 56곳의 지형에 담긴 45억 년 지구의 역사를 가득 담았다. 책안의 명소들은 모두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라 모두 놓칠수 없었지만 지면상 작가의 지식을 토대로 전하고자 했던 훌륭한 내용들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각 챕터마다 인상깊었던 곳을 대륙별로 한두개 정도씩 소개해보려고 한다.
차례를 살펴보니
1부는 북아메리카, 2부는 남아메리카
3부는 유럽, 4부는 아시아, 5부는 아프리카
6부는 오세아니아-대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북아메리카
옐로스톤 국립공원
물과 열이 만들어 낸 간헐천과 온천의 집결지
세계 최초 국립공원으로 등재된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지하의 거대한 열에너지가 다양한 형태로 방출되고 있어서 ‘살아 꿈틀대는 지구’를 실감할 수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지하에서 수중기를 품은 거대한 물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인데 물줄기의 힘을 느낄수 있어 마치 살아 숨쉬는거 같다.
또하나의 자랑거리는 생명체가 빚은 총천연색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온천들이 분포한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 옐로스톤을 대표하는 프리즈매틱 온천은 프리즘처럼 다채로운 색상으로 인해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온천수의 색상은 물에 함유된 화학성분과 온도, 그리고 70‘C이상의 뜨거운 물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고온의 온천수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호열성 세균인 시아노박테리아(지구 최초의 생명체인 녹조류)가 풍부한 미네랄을 영양분으로 삼으며 서식하고 있다. 아름다운 빛깔의 가장 큰 원인이 박테리아라니 정말 놀랍다.
화이트샌즈 국립공원
하얀 석고모래가 만든 은빛 신세계
앞서 소개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총 천연색 향연이라면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은 한겨울 눈빛 세상인 은빛 신세계를 자랑한다. 이곳은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 뉴멕시코주 남부의 치와와 사막 북부에 있다.
화이트샌즈를 가득 채운 흰색모래는 사암질이 아닌 석고질 모래라고 하는데 일찍이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에도 이용되었다고 한다.석고gypsum는 열을 차단하는 단열효과가 커서 한낮에도 시원하다고 하는데 원래 수정유리처럼 투명한 결정체이지만 입자끼리 부닥치고 긁혀서 표면이 새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흰 도마뱀은 점 또는 줄무늬의 보호색을 지녔지만 멜라닌 색소 유전자를 흰색으로 바꾸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변이를 이루었다. 이에 대해 생물학자들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순백색의 평화롭기만 한 화이트샌즈 이면에는 전쟁의 흔적이 숨어있다. 제 2차 세계대전에 사용되었던 원자폭탄 실험을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아치스 국립공원
별 관측 최고 지점으로 각광받는 이유
별을 관측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은 달빛이 없는 곳으로 초승달과 그믐달이 뜨는 날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한다.
별을 관측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은 수분이 없이 건조해야하고 날씨가 차가운 겨울철,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하천이나 호수가 발달하지 않는 사막지역이며 대기에 스모그가 없고 고도가 높을수록 유리하다고 한다.
고원지대 사막에 발달한 아치스 국립공원은 달을 관측하기에 최고 지점으로 손꼽힌다. 야외 조명이나 빛 공해에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2019년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경북 영양군 반딧불이 생태공원이 아시아 최초로 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별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2부 남아메리카
그레이트블루홀 해저 싱크홀 환초의 원형
벨리즈 앞바다의 그레이트 블루홀은 생김새가 사람의 눈 모양을 닮았고 우주에서도 관측할 수 있어 ‘지구의 눈’이라 불리운다.
보고 있으면 어떤 마력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듯해서 ‘신이 만든 함정’이라는 별칭도 얻었다고 한다.
산호초는 산호가 죽은 뒤 석회성 골격과 분비물인 탄산 칼슘이 쌓여 형성된 암초를 말하는데 섬과 산호의 위치에 따라 거초, 보초, 환초로 구분된다. 찰스 다윈에 의해 밝혀진 환초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산호초들은 성장하면서 만들어지는데 환초는 그와 반대로 섬이 가라앉으면서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그레이트 블루홀 주변의 환초는 중심부 지반이 함몰하여 생긴 싱크홀이 성장하여 형성된 것으로 다윈의 진화론에서 환초가 생기는 원인과 다르다
볼리비아 포토시주 남서쪽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사막은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소금으로 뒤덮인 세상이다. 드넓은 평원에 비가 내려 물이 고이면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 Fkj도 이곳 우유니에서 연주한 영상이 있어 더 관심있게 보았던 곳이다. 매체에서도 여러번 소개된 아름다운 곳이다.
예전에 포토시주는 볼리비아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었는데 소금사막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현재 우유니 소금사막의 리튬 매장량은 전세계 매장량의 55%를 차지한다고 한다. 쓸모없는 소금벌판에서 ‘안데스의 보석’으로 탈바꿈했다. 해피엔딩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좋다.
3부 유럽
그린란드 순백의 얼음 세상에서 초록의 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북아메리카 북동부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으며 덴마크의 영토다. 현재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급속도로 빙하가 녹고 있는 그린란드는 최근 순백에서 초록으로 변하고 있다.
그린랜드 빙상이 빠른 속도로 녹으면 바닷물이 염분이 낮아지고 그로 인해 밀도가 낮아져 가벼워진다. 이렇게 되면 바닷물이 침강하지 못해 해양대순환의 고리가 끊어져 유럽 전역과 북아메리카가 기온이 급강하하여 한파가 지속되는 빙하기를 맞을 수도 있다니 심각한 시나리오인듯 하다.
4부 아시아
파묵칼레 순백색 석회화단구의 원형
목화의 성이라 불리는 튀르기예 데니즐리주 파묵칼레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한 곳이라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층층마다 순백색 단구지형에 고인 에메랄드 빛깔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다. 예전에는 석회화단구 풀 안에서 온천욕을 즐기곤 했지만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금지되었다고 한다.
파묵칼레는 지하의 열수가 특정한 한 지점이 아닌 지각의 갈라진 긴 틈을 따라 동시에 흘러나와 사면을 흘러 내려가면서 열수에 섞인 탄산칼슘 성분이 침전, 고체화되어 석회화단구가 형성된 것이다.
5부 아프리카
레트바호 분홍빛 호수의 대명사
1년중 건기가 되면 호수빛깔이 딸기우유처럼 분홍빛으로 변하는 세네갈의 레트바호는 분홍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좋아할 듯하다. 자연이 만든 호수로 분홍빛 장미꽃 색을 띄어 ‘장미호수’라고도 알려져 있다.
어떤 이유로 호수가 분홍빛이 될까?
건기가 되면 비가 거의 오지 않고 물이 증발하여 호수의 염도가 높아지는데 염분을 좋아하는 녹조류인 두나리엘라 살리나가 활발하게 번식하는데.세포안에 글리세롤이 있기 때문에 높은 염도에서도 서식 가능하다고 한다. 이때 광합성 과정에서 녹조류인 엽록소가 붉은 색소를 방출하기때문에 분홍빛이 된다고 한다.
녹조류는 흔히 녹색을 띨 것이라 생각했는데 광합성을 할때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배타카로틴이라는 붉은 색소를 만든다고 한다. 앞서 살펴본 화이트 샌즈의 흰 도마뱀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지키는 수단인 셈이다.
6부 오세아니아-대양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집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에 발달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만든 구조물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한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해안에 아름다운 산호초가 에머랄드 빛 바다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의해 거대 산호초의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중생대에 출현하여 오늘날까지 생존해 온 현생종의 산호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전체 산호의 약 60%이상이 소멸되었고 현 추세라면 2050년에는 산호가 모두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바다의 사막화’라 불리우는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문제는 산호초에 의지해 살아가는 수많은 해양생물도 함께 멸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책을 읽은 후의 나는 책을 읽기전의 나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앞으로는 여행지를 가게 되면 인증 사진만 찍느라 바쁘지 않을거같다. 앞으로는 자연물 하나하나 의미를 새기며 외형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그 토대를 이루는 땅의 지형. 지질학적 환경, 더 나아가서는 자연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피며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거 같다. 이책을 만나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 더 많은 게 보일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라는 저자의 말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뇌리에 스며드는것 같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작은 실천들과 함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