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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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일기그래픽노블]은 2021년 애니메이션 영화 〈Where is Anne Frank〉를 감독한 아리폴먼과 데이비드 폴론스키가 함께한 작품이다. 데이비드 폴론스키의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아리폴먼에게는 방대한 분량의 안네의 일기들을 책한권에 담아내야 하는(각색)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안네 프랑크 재단이 공인한 유일한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를만하다. 훌륭하다!

책을 읽으며...✨
책이 도착하자마자 아이와 함께 글과 그림들을 관찰해가며 읽기 시작하였는데 아이는 [채사장의 지대넓얕]이라는 책에서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만행을 살짝 접했었기에 역사적인 상황과 배경을 조금은 이해하며 볼 수 있었다. 자칫 전쟁의 아픔때문에 내용 자체가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밝다. 전쟁의 디테일한 상황이나 사건들이 주가 아닌 사춘기 소녀의 험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이야기들, 그리고 안네 특유의 유머코드를 데이비드 폴른스키그림으로 잘 살려준듯하다. 사춘기라면 피해가지 못할 가족과의 갈등이 살짝(엄마와의 갈등) 엿보이기도 했는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아빠가 처음 책으로 펴낼때는 이부분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굉장히 특별한 존재라는 걸 느꼈어. 앞으로 널 키티라고 부를께. 사랑하는 키티. 누구에게도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지만 너에게는 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네가 날 위로하고 지지해주면 정말 좋겠어. (11p)

글을쓰며 감정을 치유하다!
아마도 안네가 일기를 통해 글을 쓰는일은 혹독한 시간들을 버틸수 있었던 힘이었고 살기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안네의 일기를 볼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치정권이 들어서자 네덜란드로 이주했지만 네덜란드조차 안전한곳이 아니었기에 은신처에서 은둔생활이 시작되었다.

난 너무 무서웠어. 스쳐가는 사람 모두 우릴 안쓰럽게 쳐다보더라. (25p)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다시 평소처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겠지. 마냥 우울해한다고 뭐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바깥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우리 은신처를 ‘우울한 곳’으로 만들어서 뭐가 좋겠니.(53p)
보다시피 난 요즘 몹시 우울한 상태야, 무엇때문에 촉발되었는지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아무래도 두려움 탓인 것 같아. 겁이 나서 아무것도 못하겠어. (85p)

유머러스하고 호기심 많은 안네에게도 전쟁의 두려움은 피해갈 수 없었던 듯하다.

우린 이곳에서 너무 많은 걸 너무 오랫동안 놓치고 살아왔어. 나도 그게 너 못지않게 아쉬워. 물질적인 면을 말하는게 아니야. 그런건 웬만큼 누려왔잖아. 나는 정신적인 면을 말하는 거야. 나도 너처럼 자유와 신선한 공기를 갈망해. (중략..)
오늘 아침 창가 앉아 밖을 내다보면서 신과 자연의 존재를 느꼈을 때 난 정말 행복했어. (110p)

키티, 정치가 볼케스타인이 런던의 네덜란드어 방송에서 전쟁이 끝나면 전시에 작성된 일기와 편지를 집대성하겠다고 발표했어. 그러니까 다들 내 일기 내용을 물고 늘어졌어. 그래도 은신처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출간하면 얼머나 재미있을까? 상상만해도 멋지지 않니?(124p)

안네의 일기가 세상에 공개되고 이렇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을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 맘껏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맘껏 꽃피지 못했던 삶..삶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안네가 무척이나 안타깝다.

인간에게는 본래 파괴하려는 욕구가 있어. 분노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살인을 저지르려는 욕구가 내면에 도사리고 있어. 그래서 온 인류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마음을 바꾸기 전까지 전쟁이 끝나지 않을 거야. 애써 건설하고 일궈낸 것들을 모조리 파괴한 뒤에야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게 될거야!(134p)

지금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세계곳곳은 전쟁으로 얼룩져 있고 고통받고 있다. 왜 여전히 새로운 무기들은 개발되고 있고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안네가 살던 시기나 지금이나 인간의 탐욕과 파괴 본능은 변한게 없는듯 하다.

지금까지 가끔 우울한 적은 있지만 절망한 적은 없어.
은신처 생활을 위험과 낭만이 가득한 흥미로운 모험이라고 생각했고, 온갖 고초와 궁핍을 일기에 기록할 부가적 요소라고 생각했거든.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어. …. 몹시 위험한 순간에도 어떻게든 좋은면을 포착해 웃어넘기는 건 오로지 이런 희망 때문이야. (135p)

잔인무도한 시절이 끝나고 평화롭고 평온한 세상이 다시 돌아올 것 같아.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꿈과 이상을 붙들고 있어야 해. 어쩌면 그것들을 실현할 날이 정말로 올지도 모르니까!...(147p)
삶에 있어 힘듦을 흥미로운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절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안네의 모습들… 10대가 감내하기 힘들었을 전쟁이라는 무섭고 잔인한 시기를 긍정적으로 버티고 희망적으로 잘 이겨냈으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멋진 필력으로 아픔을 승화시킨 안네의 일기속에서 따뜻함과 사랑스러움과 애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고귀함을 안네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안녕 키티! 안녕 안네프랭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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