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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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션은 간단했다.

1. CIA에서 위조 여권을 숨겨 특수제작한 모자를 쓰고 불가리아에 입국한다.

2. 양장점에 가서 갈색 양가죽 조끼(암호)를 주문한다.

3. 찬코에게 위조 여권을 건낸다. 미션 끝.


생각해보자. 일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공항에서 젊은 여행자와 대화를 나눈 것? 미션을 빨리 수행 할 생각에 일정을 당겨 행동한 것? 아니면 모든 것이 그녀의 오지랖 때문인가? 사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냈으니 일이 꼬였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녀를 고용한 CIA 입장에선 속이 타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것을 측은지심 덕분이라 하겠다.


손가락선인장을 돌보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폴리팩스 부인에게 세 번째 미션이 떨어졌다. 불가리아 지하조직과의 접선, 살인, 교도소 침투 등 스펙타클하지만 주인공 덕분에 편안하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코지미스터리 소설이다. 스토리 외에도 태연한 폴리팩스 부인과 애타는 주변인들의 관계 또한 재미요소다. 특히 발칸 투어리스트의 담당자 너베나에게는..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필립을 아신다고요?" "안다고 한 적은 없어." 부인의 지적이었다. "그 공항에서 필립과 짧지만 아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눴거든. 그게 다야. 어쨌든 이제 난 가봐야겠어." 부인은 니키에게 그렇게 말하고 문 밖으로 나가며 어깨 너머로 두 남자에게 "좋은 저녁들 보내라고." 하고 인사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둘 다 충격을 받아 멍한 것 같았지만, 사실 이번에는 부인이 뿜어낸 강렬한 개성 탓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뭐 그렇게 놀랄 말을 했나?


폴리팩스 부인이 가이드 일을 부탁하러 간 칼튼 비미쉬의 집에서 우연히 비밀경찰 니키와 대면하게 되는 장면이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내용이라 나또한 폴리팩스 부인만큼이나 아는 게 없었으나 분위기가 어찌 흘러가고 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 할머니.. 스파이 일하려고 간 낯선 나라 낯선 이의 집에서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얘기하면 어떡해요..



"당연히 할머니도 부모님을 이해하라고 말하고 싶으시죠?" "전혀." 폴리팩스 부인이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부모님은 좋은 의도로 그렇게 하는 거라고 말씀하시려는 게 아니라고요?" "네 부모님의 의도가 좋은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겠니?" 폴리팩스 부인이 대꾸했다. "만난 적도 없는데." "저에게 인생에 대해 조언해주실 생각도 없으신 거예요?" 폴리팩스 부인이 깔깔 웃었다. "그건 네가 직접 찾아야지. 나는 네가 정말이지 똑똑한 젊은이라서 깜짝 놀랐단다"


얼결에 스파이 활동에 함께 하게 된 데비가 폴리팩스 부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다. 데비의 심란한 고민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버리는 우리의 주인공은 연륜있는 능수능란 스파이도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노익장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소위 말하는 꼰대의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쭙잖은 답을 주기보다 선택의 길을 제시해 주는 것. 단 한 번 나눈 대화가 전부인, 억울한 누명을 쓴 청년을 구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녀의 측은지심.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 세대의 태도. 이런게 바로 폴리팩스 부인의 매력이 아닐까.


요즘 많이 나오는 북유럽풍 노인 범죄 소설인 줄 알았는데 원작이 1971년에 출간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작가 도로시 길먼은 자신의 평범하고 고된 일상에 지쳐 어릴 적 주특기였던 글쓰기로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폴리팩스 부인을 탄생시켰고 1966년 처음 출간된 이 시리즈는 총 열네 편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불가리아를 배경으로 사건은 점차 커지며 장황한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그속에서 시종일관 침착하고 위트있는 모습으로 독자를 웃게 만드는 우리의 아마추어 스파이. 코지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도로시 길먼의 폴리팩스 부인을 꼭 만나보시길.







세세함이 엿보이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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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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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흑인 인종 문제에 치중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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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다 타조
이외수 지음 / 리즈앤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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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 늦게 읽었나, 아무것도 와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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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여름 스토리콜렉터 4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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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꼬이는 이야기에 흥미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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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위한 고전 한 줄
윤태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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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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