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세계사 -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사학과를 다닐 때 과 교수님이자 은사님 중 한 분이 인삼사를 전공하신 분이 계셨다(혹시나 하고 "인삼의 세계사의 참고문헌부터 살펴봤더니 역시 그 분의 존함과 논저가 기재되어 있었다.). 은사님의 담당 교과가 근현대사를 담당하셔서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진학한 본인의 지도교수가 되셨다. 그 때 근현대사 수업 때 마다 인삼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는데, 평생 관심도 가지질 않을 것만 같았던 인삼을 역사적 관점에서 보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경험했다. 대학원을 수료한 후 인삼에 대한 관심을 멀어지다가 인삼을 세계사적인 시각으로 확장한 통사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내놓은 설혜심 선생님의 신작인 "인삼의 세계사"가 그 책이었다. 설혜심 교수님은 본인이 대학원에 다닐 때 특강으로 오신 적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그 강연을 듣지 못한걸 아쉬워했다. 설 선생님의 저서를 몇 권 가지고 있는데 그 분의 특강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그 분의 논저를 읽는 것으로 대신하는 걸지도 모른다. 


설혜심 선생님은 근대 영국의 온천장을 다룬 박사 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온천의 문화사(한길사, 2001)"에서 알 수 있듯이 미시사에 정통하신 분이다. 그 분의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다양한 주제를 역사학의 힘으로 재밌게 풀어나가는 업적을 쌓고 있는데 비교적 최신작인 "인삼의 문화사"도 미시사 연구에 힘을 쏟은 설 선생님께서 시도하신 인삼 문화사 연구의 산물이다. 설 선생님은 이 단행본을 통해 인삼을 둘러싼 동서양의 역사적 흐름을 조밀하게 살펴봤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흐름까지 망라하여 인삼사의 한 획을 그었다.

본서는 서양의 인삼 유입사와 연구 및 활용사를 다룬 1부, 세계체제로 본 인삼사를 다룬 2부, 서구 학계에서 나타난 인삼애 대한 부정적인 반응과 그 대처를 다룬 3부, 인삼을 둘러싼 서구의 동양에 대한 편견의 흐름을 다룬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유럽의 인삼 유입에 대한 기록을 시작으로,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구 사회가 인삼을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했는지 밝혔다. 또한 인삼을 둘러싼 유럽의 아시아 세계관 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에서 자생하는 북미삼의 발견으로 인한 두 종류의 인삼을 둘러싼 본초학적인 논쟁을 상세히 정리했으며, 아울러 서구의 초기 인삼 분류법과 초기 쓰임새를 둘러싼 시대적 흐름을 살펴봤다. 2부에서는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3국의 인삼 교역 체계를 통사적으로 살피고 16세기 동인도회사의 인삼정책사, 미국의 인삼 사업 역사와 수출사를 통해 서구의 인삼 교역사를 자료를 통해 분석하였다. 또한 19세기의 서구 사회의 인삼을 통한 왜곡된 동아시아관과 제국주의에 편승한 일본의 자본력을 앞세운 고려인삼 침탈사를 살펴봤다. 3부에서는 인삼의 효능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서구 학파의 출현을 시작으로 18세기 후반의 중국에 대한 신비한 환상이 깨지는 시대에 맞물려 최신 과학을 인삼 연구에 이식하는 동향을 정리하고 야생삼의 고갈을 통한 인삼의 인공적인 재배의 역사를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흐름을 살폈다. 4부에서는 오리엔탈리즘으로 인한 서구의 전통적인 인삼에 대한 편견를 통해 아울러 중국을 비롯한 동양 사회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시선과 그에 대한 논리를 살피고 동서양 심마니에 대한 동향과 편견을 정리했다. 

설혜심 선생님의 이 저서는 인삼을 통한 동서양의 거대 교역 네트워크의 실체와 서구 사회의 인삼 인식 더 나아가 인식을 다시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했다. 이러한 학술적인(?) 평가 외에 설혜심 교수님 답게 치밀한 각주와 다양한 시각 자료는 이 책의 최대 강점이다. 각주와 참고문헌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외 인삼에 대한 자료는 모조리 섭렵하였는데, 이는 인삼을 연구할 미래의 연구자를 위한 배려일지도 모른다. 한편 서양 인삼의 역사 등 저자의 저술이 처음 시도되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단점을 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관련 분야가 더욱 연구가 진행되면 매꿔질 공백으로 보인다. 다른 책도 그렇지만 설 선샹님의 안녕과 더많은 성과과 저술을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인삼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성과물이 나타났다. 1697년 11월 27일 왕립과학원에서 부르들랭이 중국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인삼"에 대한 논고를 발표한 것이다. - P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