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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반디 #고발 #다산책방
"전율!... 방송에서 울린 그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금방 한경희의 눈앞에서 이루어진 사변은 경탄을 불러 일으키는 기적이기 전에 전율을 자아내는 무서움이었던 것이다. 죽음의 계단을 넘는 일이라 해도 그렇게는 움직이지 못하리라! 불과 사십오 분 안에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군중이 광장에 모여들다니! 무슨 힘이, 그 무슨 무서운 힘이 이 도시로 하여금 이런 불가사의한 사변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일까?" _73쪽 <유령의 도시>
'경탄을 일으키는 기적'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무슨 무서운 힘'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죽은 눈동자를 한 사람도 빠릿한 척 휘적휘적 걷게 하는 그 힘, **주의(**ism)란 결국은 무엇을 경외하느냐의 문제일지도.
"자자구구 가슴을 허비는 글자가 두 사람의 눈을 찌르고 들었다. '모친 사망' 곡성은 울리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흐르는, 눈물보다 몇 곱절 더 진하고 독한 그 무엇에 전보장을 맞쥔 두 사람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_145쪽 <지척만리>
하고 싶은 것은 할 자유가 없었다고 했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고향을 방문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사 고향의 노모老母가 앓아 누웠대도.
지척에 둔 고향까지가 도대체가 만리길이다.
'자유' 대신에 '여유'를 넣어 위의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낯설지만은 않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의 '명령'을 따르는가.
"'무슨 놈의 1호 행사가 이리도 길어? 무슨 놈의 1호 행사가 이리도 사람을 죽이냐 말야?' 하나 입밖에 뻥긋도 해볼 수 없는 그 불만이었다. 지금의 '1호 행사'란 김일성이가 이 철길로 지나가게 된다는 신성불가침의 말이다. 그러니 설사 살인강도를 저질러도 살 수 있다 해도 그 말에 불만 비슷한 것만 표현했다가도 고양이 앞의 쥐 신세를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고양이'들이 지금 박 안의 박씨처럼 역 구내 외의 그 어디에나 배겨 있을 것이었다." _154쪽 <복마전>
무서운 사건- '1호 행사'.
정말로 이해가 안되서, 고개를 갸웃갸웃.
함께 읽은 어떤 이웃분은 '수 세기 전의 이야기보다도 더 이해가 안간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일곱 조각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
‘반디'는 당연히 필명, 사람은 거기에 있되 글은 밖에 나와있다.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이 적어 낸 글들. 주인공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다.
출신성분을 이유로 핍박받을 것이 분명한 아이를 차마 갖을 수 없어 피임을 하고,
아이가 겁이 많아 쳐둔 덧커튼 탓에 먼 길을 떠나게 되기도 하고,
손주를 봐주려다 철길 위에 발을 묶여 몸도 마음을 다치기도 하고,
오늘 내일하는 늙은 어머니의 병을 위해 산에서 캔 약초를 결국은 전달도 병간호도 못하고...
...사연없는 사람 어디 있으랴만, '어쩔 수 없음'에 손발이 묶여버린 생활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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