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여름 The Summer ㅣ K-픽션 18
최은영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평점 :
#최은영 #그여름 #그_여름 #아시아
"'놀랐다면 미안해요. 이러려고 온 건 아니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은지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보고 싶었어요.'이경은 아직도 이 문자을 받았을 때 느꼈던 캄캄한 기쁨을 기억하고 있다. 당신은 나보다 더 못 견딜 정도였는지도 모른다고, 나 혼자만의 고통은 아니었다고, 그렇게 이경은 은지의 고통을 감각하고 행복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_110쪽

딱 그렇게 사람은 사소한데 설레기 마련이거든. (점차 그 욕심은 늘겠지만서도)
그렇게 모두들, 시작하는 거거든.
"자신의 몸이라는 것도, '나'라는 의식도, 너와 나의 구분도 그 순간에는 의미를 잃었다. 그럴 때 서로의 몸은 차라리 꽃잎과 물결에 가까웠다. 우리는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일 뿐이라고 이경은 생각했다. 한없이 상승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추락하는 하나의 숨결이라고." _20쪽
"어떻게 우리가 두 사람일 수 있는지 의아할 때도 있었어요. 네가 아픈 걸 내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내가 아프면 네가 우는데 어떻게 우리가 다른 사람일 수 있는 거지? 그 착각이 지금의 우리를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로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_62쪽
"그 이유 때문에 빠르게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제대로 헤엄치지 못했으며 끝까지 허우적댔다. 누구든 먼저 그 심연에서 빠져나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순간이었다. 은지와 함께했던 기억은 하루하루 떨어지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흘러가버렸고, 더는 이경을 괴롭힐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갔다." _140쪽
이 책의 끝에 붙은 해설가(양윤의, 문학평론가)의 말- "사랑에 대한 이 소설의 편향된 서술(_166쪽, 같은 책)"- 처럼 이 책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하는 사랑 이야기다.
다만, '이경'의 이야기만 들어주는.
그래서 답답하고 담담하지만 더 현실일 것 같은 이야기.
"이경과 수이는 열여덟 여름에 처음 만(_8쪽, 같은 책)"난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경의 세상은 돌아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의 처음이었던, 시작한 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한가운데 들어와있던 그 세상.
수이는 미래에 자꾸만 배신당하면서도 미래를 말하는데, 이경은 수이가 믿는 미래를 의심한다.
첫번째 사랑이라는 건 이렇게 짙은 건가- 싶으면서도. 사랑의 이야기는 어차피 편파적이고, 사람의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니...
그렇게 흘러가버리는 게 당연한가 싶기도 하다.
첫사랑은 여전히 아름답되, 여전히 이루어 질 수가 없다.

처음 읽어보는 아시아 출판사의 K-fiction series
해당 시리즈는 아름다운 현대 한국문학을 영어로 번역하여 외국에도 알린다는 컨셉으로 한 쪽은 한국어 옆 쪽은 영어번역판이 실린 구성이다.
사실 나는 한국어가 너무 멋지고 섬세해서 (믿고 읽는 최은영 작가!) 이 섬세한 것을 번역을 어찌했을까하는 걱정이 먼저 되기는 했다.
그래도 어쩐지 시리즈를 낼 만큼이나 믿음직한 번역인들이니- 자기 나름의 소설을 쓰지는 않았겠지라고 믿으며.
(감수작업도 섬세하게 했을테니)
외국인 친구들한테 선물해도 좋겠다- 이거 요새 잘나가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 쓴 책이야- 한국어가 특히 멋져,라며.
#소설 #한국소설 #관계 #사랑 #이별 #책 #k픽션시리즈 #쇼코의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