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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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 존재의 불안,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을 날카롭게 통찰한 문학을 남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 대표작 <변신>은 첫 문장의 강렬함으로 익히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고 다른 단편들은 접해보지 않았었는데 좋은 기회에 카프카의 단편을 읽게 되었다.

<화부>, <선고> , <변신>으로 이어지는 세 단편이 수록된 소담출판사의 <변신>은 출간 110주년을 맞아 전문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중인 배인섭 번역가의 힘을 빌려 번역되었다.

카프카는 이 단편 세 작품을 한 권으로 묶어서 출간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제목은 '아들'이다. 왜 하필 아들이었을까. 이 단편들의 주인공은 아들이다. <선고>라는 작품은 처음 접해봤는데 카프카 단편 중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한다. 모두 아버지들은 가부장적인 이미지로 묘사되고 있는데 아들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아들은 결국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지점이 현대인인 나로서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화부>도 카를 로스만은 유럽에서 부모에게 쫓겨난 열여섯 아들 카를이 우연히 화부를 만나게 되어 화부를 변호하고 공정을 요구하며 자신을 찾아가려 한다. 이 단편도 결국 그 노력은 외삼촌으로 인해 실패한다.

<변신>은 급기야 그레고르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벌레로 변한다. 벌레로 변한 상태에서도 출근을 걱정하고 늦잠을 잔 것에 놀라는 그레고르는 무작정 가족들에게 희생을 강요당하기만 한다. 사람을 한순간에 벌레로 변하게 함으로써 카프카는 인간의 외형적신 모습의 변신뿐만 아니라 사상과 시대의 정신의 변화시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살이 쪄서 무능력한 아버지, 지병있는 어머니, 하필 아무 것도 모르는 즐거운 여동생까지. 그레고르로 인해 여동생은 변하지만 부모가 완전히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그레고르가 죽고 나서 화목한 가정이 되었다 할지라도 누군가의 죽음, 혹은 존재의 제거가 한 집단의 행복을 보장해버리게 되는 기이한 구조는 인간 실존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특이하게도 아들들이 타겟이 되어 파고되고 있고 이들이 모두 희생되고 상처받고 제거됨으로 인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 상당히 거북하다. 가족의 틀 안에 제시된 이 기이한 형상과 구조는 결국 가족을 넘어 사회적 구조와 시대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함을 보여준다. 지금 어딘가에서도 소리 없이 깨끗하게 제거되는 목소리들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간이 어떻게 벌레로 변하니? 하는 T스러운 질문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T의 모습을 직시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카를이 될 수 있고 그레고르가 될 수 있고 이 책의 아들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책은 시대를 꿰뚫는 힘이 있어야 한다. 왜 카프카의 책이 110년이 지난 지금도 절묘하게 읽히는지, 이것이 바로 고전의 묘미가 아닐까.

카프카를 읽으려면 이 단편 셋은 같이 읽어야 완성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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