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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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내놓은 세계고전소설 컬렉션을 소장하여 책장에 전시해놓고 싶은 욕구와는 달리 나는 고전소설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소설 자체를 좋아하게 된 것도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였다. 답이 명확하게 나와 있거나 나의 지적 허영심을 채울 수 있울 수 있는 인문, 사회과학 책, 자기계발, 에세이, 자연과학, 역사책만 주로 보던 나는, 어떤 소설 책을 읽고 소설의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밤새서 소설본다는 게 이런 재미구나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건 어릴 때부터 반드시 청소년 때 읽어야 하는 책으로 자리잡고 있던 묵직한 권장도서목록에 고전 소설이 빠지지 않고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야간자율학습이지만 실상은 타율이나 다름없던 "라떼"의 얘기처럼, 권장이란 이름 하에 느껴지는 암묵적인 "반드시"의 느낌이 싫었다. 또 억지로 읽어본 소설에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평균적"이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워 극적인 요소만 첨가한 것 같은 극단의 인생 얘기가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내게는 설득되지 않기도 했다.

고전에 뒤늦게 흥미를 붙이게 된 건 마흔이 되었을 즈음이었다. 사춘기의 방황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부분 마저 이해되지 않았던 <데미안>을 마흔에 읽으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페스트>는 코로나와 겹쳐져 인물 하나하나에 감정 이입하게 됐고, <어린 왕자>나 <노인과 바다>같은 청소년 권장소설도 청소년이라는 굴레를 벗기고 보니 오히려 어른이 되었을 때 감동이 더해질 책들이었다.

이 책은 내가 고전을 읽고 느낀 많은 생각들과 비슷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고전이 왜 이렇게 좋은지, 고전을 소개하는 저자의 글이 따스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인간 실격>,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방인>에 대한 소개가 와닿았다. 이방인의 경우 나도 좀더 어렸을 때는 왜 주인공이 답답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변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지 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고, 인간 실격의 주인공은 왜 저렇게 동굴속으로 들어가는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말했듯 나이를 먹고 나니 <월든>에서 말하는 자연주의도 공감가고 여기서 다루는 고전들 중 내가 읽지 않은 것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소설을 읽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엿보는 재미도 있지만 소설 속 인물들을 읽으면서 내 주변의 사람들과 상황에 대한 이해도 커짐을 느낀다. 왜 저래? 했던 것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며 이해되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한다. 이게 소설을 읽는 맛이 아닐까 싶다. 나도 저자처럼 책을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다면 이렇게 북큐레이터처럼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은 얼마나 큰가. 이 책을 읽고,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마음도 나누었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궁금해져서 읽고 싶게 되었으니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하나씩 고전을 독파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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