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관에 간 수학자
제롬 코탕소 지음, 윤여연 옮김, 이종규 감수 / 북스힐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영화 속에 녹아 있는 수학에는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명작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큰 감동을 준다. 수학자나 수학에 관련된 영화라면 굿 윌 헌팅, 이미테이션 게임, 우리 나라 영화로 생각하자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정도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교육자, 유튜브 채널에서 수학 관련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며 수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제롬 코탕소가 수십 년 동안 영화관에서 개봉한 가장 인기 있던 영화 열네 편에 숨어 있는 수학에 대해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나라를 막론하고 수학이 녹아 있는 영화 열 네편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위의 두 영화뿐만 아니라, 뷰티풀마인드, 히든 피겨스, 21, 페르마의 밀실, 무한대를 본 남자, 네이든 등 이름만 들어도 소리가 절로 나오는 영화와 수학 이야기가 나온다.
모건 매슈스 감독의 2014년 영화 <네이든>에 대한 내용을 읽고 이 영화를 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든 엘리스는 자폐를 가진 열네 살 소년인데 아빠가 죽고 난 후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엄마와 단둘이 살지만 수학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영국대표로 출전하는 자격을 얻었다. 거기서 중국 소녀 장메이를 만나 사랑을 느끼며 그녀를 향한 사랑의 공식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영화에는 전형적인 조합론 문제가 여러 번 등장한다고 한다. 램지 이론에서 핵심 문제인 램지 정리의 문제는 상당히 흥미롭다.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3명 또는 서로 모르는 사이인 3명이 확실하게 있으려면 최소 몇 명의 손님이 있어야 할까, 라는 문제가 등장하고, 이 책에서는 이를 일반화한다. 그리고 점 5개가 있을 때 볼록 사각형을 항상 그릴 수 있다는 정리로까지 나아간다. 이 과정을 그림과 상세한 설명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놓고 있다.
차원에 대한 내용은 언제나 어렵고 또 흥미진진하다. 안드레이 세큘라 감독의 <큐브2: 하이버큐브>에는 일곱 명의 방에서 탈출하기 위해 초입방체에 적용된 규칙을 알아내는 과정이 나온다. 이 영화는 수학의 추상적인 면이 부각되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등장인물들은 미로에 갖혀 있고 4차원에 대한 상상력을 요구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4차원 생명체나 물체의 존재를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많이 보여줬던 <플랫랜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사각형은 구가 이동하여 플랫랜드를 통과하면서 자신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관찰하여 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구가 플랫랜드에서 스페이스랜드로 가는 순간 구는 점일 것이고, 스페이스랜드로 들어갈수록 점은 더 커지는 원이 된다. 원은 구가 중간지점을 통과할 때 최대가 되다가 점차 줄어들면서 사라진다. 이를 더 큰 차원에서 일반화하면 이 영화에서 4차원 물체가 3차원 공간을 통과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 속에서 줄리아가 초입방체 공간에서 미스터리한 물체를 발견하는데 이것이 초입방체가 3차원으로 절단되는 거라고 한다. 정팔포체같은 독특한 4차원이 등장하는 또다른 영화가 바로 인터스텔라다. 나는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중간 러닝타임에 살짝 졸았다. 그러나 후에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와 내용의 깊이를 다시 찾아 읽어보면서 나의 무지를 깨닫게 됐다. 차원에 대한 내용은 마블 유니버스에도 종종 등장하는 내용이다. 영화 속 수학 장치에 대해 알고 있다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욱 배가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책에서 언급된 영화와 드라마를 따로 정리해놓았다. 수학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영화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놀랐지만, 내가 알고 있었던 영화에 숨겨져 있던 수학적 장치를 지나치고 넘어간 것이 안타까웠다. 아마 그 장치를 이해하면 영화를 보는 시각이 좀 더 풍요로웠을 것이다.
오래도록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장면에 있는 수학 내용을 분석하여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한 것도 좋았지만 해당 내용을 현실과 교차시키며 흥미로운 촬영 뒷 이야기도 같이 들려주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으로 좀 더 수학이 현실과 맞닿은 다채로운 학문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시간이 되면 언급된 열 네 편의 영화를 다시 보며 수학과 재미있게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