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음 / 땡스B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인문학 책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인문학을 사랑하는 천문학자고 연세대에서 천문학을 전공한 후 연대 천문대 책임 연구원을 지낸 이명헌 님이다. 나는 과학자의 시선에서 어떤 인문학 책이 끌렸는지가 궁금했다. 또 과학책방을 열어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서 활발한 활약을 하는 이과 출신 작가님에게 선택된 책이 어떤 책일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인문서, 과학서, 문학서, 에세이로 나누어 총 80권의 책에서 발췌한 주옥같은 구절들이 기록되어 있다. 왼쪽 바닥의 글을 보고 오른쪽 바닥에 필사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필사 후에는 해당 구절, 해당 책에 대한 책방 과학자의 생각이 기록되어 있는데, 마치 독자인 나와 토론을 하는 듯하다.

인문학 영역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책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가 인상깊었다. 이 책에 나온 구절 중 모든 참되고 순수한 사랑은 연민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가장 높은 단계의 사랑이 연민이라던데, 동정과는 다르다. 연민은 진심으로 상대방의 안녕과 슬픔에 공감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쁨과 행복을 질투 없이 받아들이고 조건없이 축복해주는 것이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인데 아직 원문 완독을 못했다. 다시 의지를 지피게 해준다. 인문서지만 과학과 관련된 책들이 대거 소환됐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작년 초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밑줄 그을 곳이 많았던 책이다. 오랜만에 이 책을 한 페이지로나마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또 <침묵의 봄>은 내가 환경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해준 귀한 책이다. 화학의 지식을 모르는 문외한도 환경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이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지 각성하게 해주어 다른 환경책으로 꼬리를 물게 해준 책이어서 반가웠다.

과학서에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나 종의 기원 외에 내가 알지 못했던 여러 종류의 과학책을 소개받았다. <이기적 유전자>는 꼭 깨고 싶은 벽돌책인데 여기도 나온다. 우리나라 책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관심이 많이 갔다. 특히 기후변화에 관한 책인 <파란 하늘 빨간 지구>는 우리가 마주하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인간의 화석 연료의 지나친 사용임을 각인시킨다.

문학서는 다시 소설을 읽고 싶게 하는 책들로 가득하다. 돈키호테, 안나 카레리나, 어린 왕자, 이방인 뿐만 아니라 플랫랜드를 여기서 만날 수 있다니 반가웠다. 역시 과학자라고 생각했다. 2차원이 3차원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3차원 세계의 인간은 4차원 세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인간 감각의 제한과 겸손같은 것들도 배울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에세이에서 반가웠던 두 작품은 황현산 님의 <밤이 선생이다>와 천운영 작가의 <쓰고 달콤한 직업>이다. 특히 천운영 작가가 돈키호테 식당을 운영할 때 알았더라면 한번 가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내가 푹 빠져 읽었던 에세이를 여기서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필사를 하면 명상을 하는 것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따라 쓰면서 마음도 차분해지고 독서 욕구가 차올랐고 내가 읽지 못했던 여러 가지 책을 알게 되어 더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