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엄마도 공부 좀 하겠습니다 - 현실 워킹맘의 힐링 지수 높이는 법
스쿠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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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이라는 이름을 내 삶에 수식하기도 부끄럽다.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아침, 저녁으로 받고 있고, 요리 등 냉장고와 주방은 신랑이 도맡아 한다. 재테크나 가정 경제 관련해서도 신랑이 신경쓰고 있으므로 나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Only working 만 하는 mom이다. 그런데도 나는 늘 피곤하고 힘에 부친다. 번아웃도 가끔 겪는다. 내가 이러면 진짜 육아독립군 워킹맘들은 어떨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절대 찐 워킹맘들 앞에서 볼멘 소리를 잘 하지 않으려 한다. 할 수가 없다. 허울만 워킹맘이라는 죄책감을 가진 나도 공부 좀 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을까.

저자가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을 9개월간 면밀히 읽었다는 부분에서 읽기를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지난해 내 목표 중 하나는 명상하기, 나를 제대로 알기였고 늘 그렇듯 그대로 폐기되었다. 내가 아이에게 비정상적으로 화를 낸다고 느껴지는 모든 순간 내 에고를 상기시키면 도움이 될까. 다시 한 번 폐기된 목표를 살려볼 힘을 얻었다. 요즘 특히 첫째에게 지나치게 많은 화를 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가 가족들에게 화를 내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문구를 읽으며, 다시 알아차리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아이가 크면서 아이에게도 해야 할 일이 늘어나게 되어 자연히 나와 실랑이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아니 매일 그러하다. 아이를 키우면 매일 나의 심연의 끝을 보는 느낌이고 그러다보면 내가 마치 부처가 되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와 함께 하는 매일매일이 고행이고 수행이어서 따로 종교를 가지지 않아도 자연히 부처가 되고 성인이 될 것만 같은 지경이다. 육아가 나와 잘 맞지 않으며 나는 모성애가 없다고 느낀다. 이런 상황까지 온 내가 명상과 알아차리기를 알고 행하고 나면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아침에 옷입고 신발 신는 일부터 하나하나 도장깨기 퀘스트같은 육아인데 이 책에서도 여느 엄마들이 겪는 일화들과 화가 나는 지점들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육아서 요샌 읽지도 않는데 내게 필요한 건 육아서가 아니라 사실은 톨레의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덕분에 포기하려했던 목표를 다시 살릴 힘을 얻는다.

국어 공부, 영어 원서 읽기까지 그 모든 걸 해내는 저자는 정말 파워우먼이다. 그리고 요즘의 나를 빗대어 보았을 때 너무 부끄럽다. 나는 모든 일을 다 잘하려고 하지도 않고 나를 몰아붙인 적도 없다. 그래서 더이상 게으르지 있지 말라는 조언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책을 저자처럼 꼼꼼하게 읽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책에서 얻은 영감으로 뭐든 해보고 싶었던 때였다. 지금은 그냥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내 존재 가치가 없는 것만 같아서 그냥 뭐든 읽어대는 거다. 이렇게 읽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생각하던 때에 저자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나 실질적인 팁을 많이 알려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으쌰으쌰하고 싶기도, 한없이 게으른 워킹맘이고 싶기도 하지만 게으름이 나를 지배할 즈음에 두고두고 꺼내어 읽어보고 자극받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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