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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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리뷰입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문 고전 명작이다.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새로이 번역된 최신판 <국화와 칼>을 읽고, 다시금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의 통찰력, 그리고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 일본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본 자체에 대한 이해라기 보다는 사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과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마주치게 되는 친절한 느낌의 일본인들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와 모순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이 옳다.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을 분석하는 방법은 예술 작품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일본의 문화적 가치와 관습을 일일이 분류하거나 해부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통합하고 관통하는 패턴을 찾아간다. 이 책은 미국 국무부의 요청으로 일본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된 저자가 책을 낸 것이다. 당시 전쟁중이었으므로 일본 현지 조사가 어렵고 일본인과 접촉도 어려웠을텐테도 일본인조차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남이 보는 자기의 모습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문학 연구의 방식을 인류학 연구에 도입하여 일본 문화의 패턴과 특성을 이토록 일목요연하고 정확하게 파악한 기록물은 이 책이 전무후무할 것이다. 이 책은 인류학을 비롯한 인문 계통의 연구에 객관성을 부여해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예술 사랑은 고대부터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전쟁 중에 그렇게 잔인하고 폭력적일 수 있는 걸까. 우리는 한이 맺힌 민족이다. 그 옛날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없이 미우면서도 그들을 제대로 알아야 미워하든 용서하든 이기든 뭐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한일전이 열리는 날에는 관중이나 선수나 모두 그 어떤 나라와의 경기보다 더 강한 마음으로 반드시 이기길 원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보다 일본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는 책은 아직은 없다고 느껴진다.

일본인은 포로로 잡혀 있을 때도 자신의 생사 여부를 알리기를 수치스러워했다. 미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거다.
국화와 칼이 공존하는 나라. 국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심미적 성향과 함께 칼을 숭배하고 사무라이에게 명예를 돌리는 폭력적 성향이 공존하는 이 모순적인 문화는 동양, 특히 일본이 서양에 비해 평등보다 위계 질서를 더 중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또한 오랜 신분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며 가정에서도 장남과 차남, 아들과 딸이 각자의 적합한 자리(그들의 위계에 맞는 자리)에서 각자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평등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거의 모든 동양의 문화가 그러하다.
'온'이라는 특별한 개념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일본인이 가끔 지나치게 친절하면서도 개인주의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길거리에 누가 쓰러져도 크게 동요하거나 선뜻 도우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온'이 일본인을 일본인답게 만드는 개념이라고 느꼈다. 자기가 수동적으로 신세진 것에 대한 빚에 대해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굳이 타인에게 신세를 지게 하여 그가 불필요한 온의 감정을 느끼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 보면 부모가 자식에게 헌신한 만큼 자녀는 부모에게 효를 다해야 한다. 부모가 나를 키워준 만큼 자식이 신세지고 있고 따라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 옳다. 그것은 가족같은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혹은 가깝지 않은 타인에 대한 온은 여러모로 누가 빚지든 빚지고 싶지 않은 거다. 일본인에겐 미움 받을 용기가 부족한 걸까?

이 책은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는 사진 등 삽화가 같이 들어있어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온, 기무, 기리 등 일본문화의 토대가 되는 주요 개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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