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영희 교수를 알게 된 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다. 당시 계속된 시험 낙방으로 인해 힘들어하던 전 남친이자 현 남편에게 지인이 선물로 준 책이라 했다. 시험공부 하라고 잔소리나 압박만 주던 내가 부끄러워지면서 남편 손에 있던 장영희 교수의 책을 읽어보았다. 결혼 전에 빌려 읽었는지, 아니면 결혼 후에 남편 서재에 자리잡고 있던 책을 반가움에 꺼내 읽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소아마비와 그로 인해 시작된 지난한 투병생활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들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도 큰 감동이었다. 자연, 사계절의 당연한 변화가 주는 당연하지 않은 마음들을 장영희의 문장에서 엿볼 수 있다. 그녀는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성숙의 결정이라는 키츠의 말처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늘 생각했던 것 같다. 겨울 나무처럼 다소곳하게 순명으로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로 미련없이 아름답게 떠나고 싶어했던 그녀의 솔직담백한 문장이 아름답다. 오히려 너무 의연하지 않고 인간적인 두려움도 엿볼 수 있어서 더 좋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지금 이 시간, 그리고 문학과 쓰기의 힘을 일러주기도 한다. 조금 더 친절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 사실 그러기 위해 책을 읽는 것 아닐까.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는 어느 학생의 말처럼 말이다.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 우리 짧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장영희의 문장에서 배운다.사랑하는 일에는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준 사랑만큼 남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아름다운 영혼의 진주를 만들고 진정 아름다운 삶의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던 하우스먼의 말처럼 저자도, 아파도 있는 힘껏 사랑하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일은 결국 사랑하는 일이다. 또 사랑받는 자는 용감하다. 사랑받는 기억만으로도 용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은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우리는 어려운 것에 집착해야 한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으며, 고독한 것은 어렵기 때문에 좋은 거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좋은거'라고 한 부분이다. 사랑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내가 오롯이 성숙하고 고유하지 않으면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희망에 대한 그녀의 문장은 힘이 있다. 나라면 왜 내가 이렇게 건강하지 못하게 태어났을까 수백번 원망과 자책을 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영희의 글에는 그런 마음들을 결국 희망으로 바꾸는 묘약이 있다. 결국 희망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 장영희 교수 스스로가 보여주었다. 나도 해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문장들을 읽으며 나도 희망을 가져본다. 돌아보면 나는 저자만큼의 절망적인 상황을 겪으며 살진 않았다. 그래서 모든게 더 절박하지 않았던 걸까 생각도 든다. '넘어져 주저앉기보다 차라리 일어서서 걷는게 편하다'고 했던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어렵사리 외국에서 공부하며 논문을 제출했지만 모든게 물거품으로 돌아갔던 상황에서도 또 해보자, 다시 걸어보자는 희망이 있었기에 결국 그녀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보석같은 그녀의 에세이 속 문장들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