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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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한다는 제목에 공감한다. 나는 자녀들, 후손들에게 가장 미안해야 할 인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언제 지구가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환경 관련 주제들의 책과 다큐, 영화 등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부분은 지나치리만큼 강조돼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지구, 환경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책이고, 인류세라 불리는 새 시대에 살고 있는 현 인류가 어떻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 지리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교란하고 훼손시킴으로써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를 인류세로 정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는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한 지질시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류에게 닥친 전 지구적 환경문제 중 기후위기가 가장 눈에 띄지만 이것만 막아서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1부에서 인류세가 어떻게 유래됐는지 설명하고 2부에서 기후위기를 논한 후 3부에서 생물종 다양성 문제를 살펴보고 4부에서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논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인류가 정말 지구의 위기를 자초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한 가설에 대한 여러 과학적 증거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책에는 그래프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래프를 잘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더욱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간빙기에 안정적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홀로세 막판에 산업혁명과 대가속 시대를 거치면서 급증했다. 이 시기의 증가 속도와 폭은 과거에 비해 이례적이며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바다가 다행히 열을 흡수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바다에 기대어 살 수 없다. 바다의 자정작용이 인류로 인해 중지된다면 그 이후의 지구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진행중이다. 멸종위기종의 수는 모든 동물 분류군에서 증가하고 있고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생물 다양성 위기는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좋지는 않다. 백화 현상의 빈도는 이미 꾸준히 증가중이다.

지구의 온도를 일단 낮추는 것이 급선무지만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1.5도, 2도 등을 상한선으로 두고 있다. 지구공학적 방법으로 성층권에 이산화황 가스를 뿌려 황산염 에어로졸 막을 조성하는 계획이 있지만 이것으로 인해 물 순환 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전체적으로 기온이 떨어져 모든 사람이 혜택을 입는다 해도 물 순환의 변화로 불이익을 받는 지역이 생긴다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불만을 가질 것이다. 이 모든 건 근대 이후 인간 중심의 사고와 판단에 너무 치우쳤기 때문이다. 인간을 중시에 두는 습관을 버려야 인류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이제 공존과 공생의 대상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도 심각하다. 기후변화와 생태계위기가 복합적으로 심화시킨 결과다. 난민 문제도 다룬다. 다른 집단간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킬지는 예측할 수 없다.

지구 생태계는 교란을 무마하는 저항력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력을 지녔지만 우리의 노력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탄소 중립에 이르는 정도에 거쳐서는 안 된다. 미래의 지구는 누구에게나 거주 가능한 공간이 되어야 하며 국소적인 시각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생각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함을 이 책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류세에 대한 전문가의 솔직한 평가와 현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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