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생존법 -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란 책을 읽고나서부터 였다. 불안이란 뜬구름같은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납득이 가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감탄하며 읽었다. 그 후로 보통의 책은 에세이든 소설이든 많이 찾아 읽었다. 이번 책은 알랭 드 보통과 인생학교가 함께 한 '현대사회 생존법'이다. 현대성의 특징을 정리하고 18개의 주제에 대한 생각과 지혜를 풀어나간 책이다.

현대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과학, 개인주의, 진보, 신앙의 상실, 자연과 일의 관점 변화, 속도, 도시, 사랑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다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현대는 외로움, 행복에 대한 강박, 신경쇠약, 과거로의 향수 등 정서적 문제도 많이 있다.



크게 공감갔던 부분 중 하나는 매체에 대한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서 차라리 알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요즘 기사들은 어떤 지점에서는 배설되는 느낌도 갖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뉴스는 자극적인 지금의 뉴스가 아니라 용서하고 반성하고 음미하고 감사하고 고요하고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뉴스다.

또 현대사회가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자고 말하는 건 감상적이면서도 모욕적이라고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둘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데도 둘다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현대인들을 힘들게 한다고 본다.

내향인보다 외향인을 더 우위에 놓는 사회에서 외로움이나 조용한 삶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역시 현대에 벌어진 외로움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고독을 원 위치로 되돌리고 독신 생활의 품격을 되찾아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연장선 상에서 학교는 어른의 삶에 진정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 정서적 부분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 해체나 가정 폭력, 비만, 우울증, 불안, 청소년, 비행, 고독같은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학교 교육과정에 정서적 지원을 위한 교육과정이 반드시 들어가있어야 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에는 완벽주의와 지나치게 자신을 갈아넣는 바쁜 일상에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고 따라서 돈이 많고 적고는 긴 우주의 시간을 봤을 때 찰나의 시간이다. 거대한 자연의 섭리는 우리 인간을 누구든 죽음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매순간 불안이 우리를 따라다니며 나약하고 실망스러운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이 책은 결국 겸손하고 감사하며 조금씩 어둠을 밝히고 앎을 추구하기 위해 나아가는 일만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실은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인지도 모른다. 단지 바쁘다며 다 알고 있다며 외면하고 살았을뿐. 내게 다시 한번 잘 살아보라고 용기를 주고 혜안을 심어준 알랭드 보통의 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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