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 내 인생의 문장들
장석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3월
평점 :
나는 좋은 문장이나 책을 추천하는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은 장석주 시인에게 도끼가 된 책들과 그 속의 문장을 소개한다. 시인의 촉수로 뽑아낸 책과 문장들이 궁금했다. 저자에 대해 궁금하여 저자가 쓴 책들이 어떤 책인지를 훑어보았는데 니체에 대한 책도 있고 내 마음을 동하게 하는 책들이 많이 있었다. 저자가 책머리에서 '내가 책에서 구한 것은 앎과 지혜가 아니라 순수한 몰입과 기쁨'이라고 한 것에 십분 공감한다. 책은 불안에서 나를 해방시킨다. 이 책에서 소개한 문장과 책들이 또다른 나의 해방일지가 되길 바라며 읽었다.
너무나도 좋은 책과 문장을 소개받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따뜻한 위로의 시간이 됐다. 읽어볼 책 목록들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부자가 된 것 같다. 당장 내 책장에 이 책들을 사서 부지런히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익숙한 <월든>같은 책부터 낯선 시집, 에세이, 소설 등 여러 책들의 문장을 소개한다. <피아노를 치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이라는 글에서는 피아노에 얽힌 책을 소개한다. 저마다 피아노에 대한 다른 추억과 경험과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겐 피아노가 즐거운 배움의 경험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책 내용에서처럼 아픈 기억일 수도 있다. 소개한 책의 주인공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엄마와 단둘이 살던 피아노학원 선생님이 결혼을 하면서 이사를 가게 되어 피아노 학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나중에 홀로 남겨진 엄마가 결국 목숨을 끊게 되었단 소식을 들었고 그렇게 남겨진 피아노를 보며 만가지 감정이 교차함을 느낀다. 시간과 공간이 우리가 생각하듯 일률적이고 객관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공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철학, 예술, 사회, 소설, 과학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주어 더욱 좋았다. 나는 책을 편식하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책을 고루 읽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때는 소설이 구미에 당기기도 하지만 주로 인문학책을 즐겨 읽다보니 아무래도 과학이나 예술쪽 책은 문외한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내가 참고할 만한 책들을 많이 소개해주어 즐겁게 서점 산책을 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타인의 책에 있는 문장을 노트에 적는 필사에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 듯했다. 자연히 마음 속에, 뇌리에 박힌 문장은 자기도 모르게 그 문장이 자연스레 글로 이어진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노트에 필사하고 나서 한 번도 제대로 독서노트를 읽어본 적이 없다. 저자의 이 말이 내게는 새롭게 뇌리에 스쳤다. 나는 왜 필사를 하려고 하는가. 나는 왜 노트에 나의 뇌리에 박힌 문장을 정리하려 하는가. 그건 그냥 나의 만족감일 뿐이었다. 책들은 고체 상태의 침묵이라는 글을 소개한 부분을 봤는데, 그 고체 상태의 침묵이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오면 유유히 흐르는 액체가 되고, 둥둥 떠다니는 기체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만나 정말 많은 책들과 문장을 얻게 됐다. 내게 또다른 도끼가 될 책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