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화 교수님은 내가 논문 검색을 할 때 정말 자주 책에서 뵀던 분이다. 수학교육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 해도 손색없는 분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수학을 업으로 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초등 아이의 학부모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때문에 더더욱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수학은 입시에서 늘 문제가 되는 과목이다. 킬러문항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도 단연 수학일 것이다. 국포자, 과포자라는 말은 없어도 수포자라는 단어는 이미 하나의 관용구처럼 사용된다. 수많은 수학 이탈자들을 보면서 내 아이만큼은 수학에 즐거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성적도 잘 받았으면, 수포자는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의 첫머리 발간사에서 '부모는 자녀의 감독이 아닌 팬이 되라'는 문구가 나왔는데 정말 머리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그렇게 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을 더 정독해가며 메모해가며 읽었다.수학교육의 흐름이 제일 먼저 나온다. 이건 임용 공부할 때 줄줄 암기하듯 외웠던 부분이긴 한데 막상 이게 학부모로는 왜 필요하냐, 하면 시대의 흐름에 맞춰 수학교육의 방향도 점차 바뀌고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도 변하기 때문이다. 70년대 수학교육과 현재의 수학교육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부모가 자신이 공부하던 때를 생각해서 자녀에게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면 안되므로 꼭 필요한 부분이다.2022교육과정. 사실 현장에서도 너무나도 자주 바뀌는 교육과정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수학 역량이 있다. 문제해결 역량, 추론 역량, 의사소통 역량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연결 역량과 더불어 정보처리 역량이 중요한 것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가 각 역량을 갖추게 하기 위해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는 부분이 2장이다.도형이와 계산이라는 가상의 두 아이를 내세워 수학 역량을 검진해보는 것이 3,4장의 내용이다. 도형이와 계산이의 경우 각각 강점인 역량은 달랐고 어느 쪽이 더 고무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부분에서라도 수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실제로 수학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이들, 역량이 고루 우수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내 아이들 또는 학생을 관찰할 때 어떻게 관찰해야 할지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수학 역량 검진은 세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녀의 수학 공부를 계획하고 이를 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므로 학습 방법을 강요하는 근거로 활용해선 안 된다.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키워주고 싶은 게 자기주도성이다. 어떻게 하면 이 힘을 길러줄 수 있을까? 아까 도형이와 계산이의 경우 도형이가 1년 후 더 뛰어난 역량을 보였는데, 추론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 자기가 수학학습을 주도했다는 것이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계산이는 부모로부터 특목고 진학 및 수학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받았다. 결국 또다시 계산 위주의 선행학습과 지나치게 성적만 강요하는 환경은 아이에게 그릇된 수학 역량을 줄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그래서 6장부터는 어떻게 수학과 수학공부에 대한 호기심과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예가 다수 등장한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상황에서 변하는 것을 찾아 수학적으로 표현해보게 하면 실생활에서 흥미로운 수학을 발견할 수 있다. 분수의 연산에서 첫 번째 수포 관문이 열린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이런 인식론적 장애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방안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뒷부분은 유아기, 초 중등으로 넘어가면서 각 수학의 내용 영역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전환기에 성공적인 수학 학습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수학은 삶과 비슷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막막한 순간도 있지만 노력한 보람도 느끼고 성장통을 겪거나 두렵기도 하다. 이 여정을 아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게 부모의 몫이고 이에 대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