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벌써 마흔이다. 뭐 '빠른'으로 하자면 39지만 난 소띠고 친구들도 다 마흔이기에 더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게다가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라는 유명 베스트셀러 책의 저자가 쓴 신간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마흔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마흔인 딸들이 다 보면 좋을 것 같다. 마흔. 이제 인생의 절정이자 중반부에 들어섰다. 불혹이라 하여 흔들리지 않아야 될 나이지만 여전히 나는 많은 것에 흔들린다. 챙겨야 할 식솔들도 많아지고 아이들은 커져가는데 부모님들은 더 연로해지고 아이가 된다. 직장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하는 시기라고들 하는데 가정에서도 내가 생각해야할 일은 많으니 어깨에 무거운 짐을 늘 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위로 받은 느낌이다. 누구보다 나를 가장 먼저 챙기라는 말에 나 약간 T인데 눈물이 맴돌뻔했다. 그리고 최근에 내가 제일 많이 느꼈던 게 나이에 대한 제약이었다. 뭘 도전해보려해도 내 나이가 지금 사십인데, 나도 늙어가는데, 이런 말을 입에 붙이고 산다. 그런데 마흔에 관한 고정관념에 나를 끼워 맞추지 말고 나이가 몇이든 진취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문장을 읽고 다시 다짐했다. 그래야 내 오십도 내 예순도 매일 새로울 거 아닌가. 이동진 평론가가 며칠전 이달의 책으로 추천한 책의 작가는 57세에 처음 글을 썼다 한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아니 의문을 가지지 말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40대는 일하는 것보다 잘 쉬는 것이 먼저라는 말도 가슴 따뜻했다. 누구 하나 40대에 일할 시기지 잘 쉬어라 얘기하는 적이 없었다. 최근 며칠 너무 아팠다가 겨우 기력을 찾았는데, 역시 아파보고 느낀 건 나부터 돌봐야겠구나.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지고 다른 사람도 돌볼 수 있다는 거였다. 나는 쉬는 법을 잘 모른다. 정말 잘 쉬고 잘 노는 걸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나이들수록 삶은 다채로워야 한다. 일만 하며 버티기에 인생은 참 짧은 것 같다.또 하나,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너무 지나치게 사랑을 주면 버릇나빠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에선 부모만큼은 아이에게 사랑 퍼주라고 말한다. 사랑을 가득 주는 것은 그저 오냐오냐가 아니라, 아이의 선택을 지지하고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늘 응원하지만 간섭하지 않고 따뜻하지만 무심한 듯한 사랑. 그게 참 어렵지만 옳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미안해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더더욱 올해는 혼자만의 시간을 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책만 가득 쌓아놓고 일주일만 있다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좋지만 늘 아이들과 부대끼는 건 정말 힘들다. 무얼 특별히 하지 않아도 힘들다. 그러나 이런 혼자만의 시간은 양보해선 안되는 귀중한 시간이며 이기적인게 아니라고 이 책이 말해주어 고마웠다.마지막 장의 제목은 <남들이 뭐라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기를>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고 사십을 살았다. 이제는 좀 모든 건 내려놓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도 되지 않나 싶다. 그러기에도 남은 인생이 짧은 거 같아서.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가 됐다. 울 엄마는 비록 편지 안써줬지만(ㅋㅋ) 엄마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라 생각하고, 따뜻한 편지 한 편 읽은 느낌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이 말이 아직도 머리에 맴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응원할 거라는 마지막 문구까지 모든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