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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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에 대해 다루는 책이라는 글귀에서 이 책에 흥미를 갖게 됐다. 확률과 통계는 소위 말하는 문과와 이과를 막론하고 살아가면서, 또는 여러 학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학문 분야이지만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과목에서 이공계를 진학하는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이과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의 내용을 배우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입시, 교육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이미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로 올라 있다고 하는 이 책을 뒤늦게 접하게 되어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상상해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이 책은 그런 의문들을 해소하고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수학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우연의 일치, 종교, 미신, 예언같은 것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정말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주식이 대폭락하기도 하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보렐은 개연성이 아주 낮은 사건은 일어날 수가 없다고 말한 수학자다. 즉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ㄷ다고 봤는데, 우연의 법칙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렐은 확률이 희박하다는 말을 인간적인 잣대로 이해하며 인간의 관점에서 발생 확률이 낮기 때문에 언젠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며 그런 사건은 불가능하다고 간주해야 마땅한 것이다. 이 법칙은 점, 직선, 평면 개념과 유사한데, 가능성에 관한 유일의 법칙인 확실성이 수학적 확실성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1장을 읽으면서 상당히 심오하다고 생각했는데, 나같은 문과적 이과생들은 이 책을 읽으면 더욱 흥미진진하다고 느낄 것이다. 확률이라는 개념 자체가 뭔가 수학적이지 않은 느낌이며 반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우연 또는 가능성을 수치화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수많은 수학자들이 확률론을 다듬었고 특히 큰 수의 법칙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우아한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간단히 얘기해서 주사위를 여섯 번 던졌을 때는 그 중에 한 번만 1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육십 번, 육백 번, 육천 번, 육억 번 이렇게 아주 많은 시행을 거치면 거의 그 확률이 1/6에 가까워 진다는 거다.
이 우연을 설명하는 다섯 가지 법칙인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을 거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더 크게는 우주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얼음 결정에서 물 분자들의 방향, 우주에서 기본상수들의 값은 무작위한 과정의 결과일 뿐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것들이다. 결국 이 책이 이야기처럼 풀어놓은 것들은 통계적 추론의 기초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게 되어 정말 좋았다. 수학하는 나조차도 잘 몰랐던 여러 배경지식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오랜만에 제대로된 수학교양도서를 읽은 느낌이라 지식적으로도 충족됐다. 수학에 대해 흥미가 아예 없거나 기초개념이 없는 사람도 수학적 내용을 적당히 스킵하고 읽으면 우연을 설명하는 논리성에 매료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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