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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ㅣ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이 책은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님이 쓴 서가명강 철학 시리즈다. 니체와 쇼펜하우어. 나는 올해 힘에 부치는 일들이 있을 때 이 두 철학자의 철학으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 니체는 더 많이 알고 싶은 철학자인데, 이 책은 니체의 초기 저서를 통해 그의 철학을 엿본다. 초기 니체는 쇼펜하우어에 옹호적인 반면 후기 니체는 그 차이를 확고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청년 니체의 시각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아폴론적 예술과 디오니소스적 예술을 구분한다. 책을 읽기에 앞서 주요 키워드로 이 두 개를 구분하는데, 아폴론적 예술은 사물을 조용하게 관조하는 조형예술(건축, 미술, 조각)을 말하며 밝음 아래 드러나는 균형, 절도, 질서, 명료한 상태, 도덕, 아름다운 가상을 형성하는 예술적 능력이다. 디오니소스적 예술은 도취에 빠지게 하는 비조형예술(서정시, 음악, 춤)로, 만물이 하나가 되는 황홀경, 건설과 파괴를 거듭하며 놀이하는 세계의 충일한 생명력을 가리킨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가 28살에 저술한 책으로, 제목만 보면 그리스 비극의 기원을 탐구하는 고전문헌학적 저서같지만 이를 넘어 그리스 비극을 비롯한 모든 예술의 기원과 본질을 탐구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탐구한다. 즉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철학이면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인간학이며, 세계 전체의 기원과 구조에 대해 탐구하는 형이상학이다. 니체는 종교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없다고 느끼고 예술에서 구원을 찾고자 했다. 또한 고전의 자구만 파고드는 고전문헌학이 인간의 삶에 회의를 느꼈다. 인간은 과학과 과학적인 지식으로 만들어낸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살 수 없으며, 예술에 의해 드러나는 세계와 사물은 표정과 혼을 갖는 세계이고 신화적인 표정 체험(신화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모든 것은 표정을 갖는 영적 존재)에 의해 규정되는 세계다. 니체가 바라보는 세계는 대립과 투쟁이 존재하는 세계인데, 세계의 근원은 그리스도의 신처럼 사랑과 자비의 신이 아니라 모래성을 쌓다가 부수는 것을 반복하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본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신도 인간과 동일한 삶을 산다고 봄으로써 인간의 삶을 정당화하고 신성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는 그리스인들이 현실로부터 올림포스 신들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들을 신성한 것으로 긍정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니체는 쇼펜하우어와 다르다. 쇼펜하우어는 아폴론적 예술이 객관적인 이데아를 관조할 수 있게 하면서 욕망과 고통으로부터 도피, 부정하게 하는 안식처를 준다고 본다면, 니체는 아폴론적 예술을 통해 인간 욕망이 펼쳐지는 현상세계의 승화, 긍정이 일어난다고 본다. 현실이 고통스러워 자신을 구원하는 아폴론적 환상을 산출하도록 내몰렸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을 관조함으로써 고통의 세계에서 활기차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니체의 바그너에 대한 생각 또한 알 수 있었다. 바그너의 음악으로부터 살아있는 디오니소스적 예술을 느꼈던 니체는 시간이 가면서 그 생각에 다소 변화가 있긴 하지만 나는 바그너의 음악을 찾아들어봤고 니체가 어떤 부분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사랑했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서가명강 시리즈 중 쇼펜하우어와 같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