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 작가님(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걸 원하시는 듯하다)의 책은 전문서적 말고는 거의 다 읽어본 것 같다. 라틴어 수업, 믿는 인간에 대하여 등. 작가님은 바티칸 로타 로마나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변호사이다. 신부님이었고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믿는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글을 쓰셨다. 이분의 글은 잘 읽혔으며 그분이 살아오면서 겪은 특별한 경험과 독자에게 전해줄 말들이 쉽고 명쾌하고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이란 생각이 들었다.이번 책은 작가님의 경험을 토대로 공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이다. 평생 공부하는 노동자로 살았고 지금도 공부를 꾸준히 하고 계시기 때문에 공부를 대하는 자세,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공부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면 아마 원하는 걸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가 내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떤 태도로 공부에 임해야 하는지, 공부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적 방법에 대한 그 이후다. 그런 점에서 어떤 공부든 시작하려는 분들이 꼭 이 책을 먼저 읽었으면 좋겠다. 때마침 나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함에 앞서 이 책을 읽고 내가 대체 왜 이걸 하고 싶은건지 돌이켜보게 됐다.길고 긴 공부에 끝이 있는지 반문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끝은 있고 매듭은 지어진다. 어떻게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공부하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나는 부모님이 내게 경제적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 싫었던 적이 많다. 그러나 부모도 자식을 선택해서 낳을 수 없다, 성인이 된 후에 부모님이 도움을 주면 당연하다 여기지말고 꼭 갚아드려야 할 부채로 인식하라는 말이 내 머리를 쳤다. 이런 내 생각은 내가 겸손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나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겨울나무와 같을 때여야 하는데 나는 늘 편안하고 갖춰진 환경에서 공부하고자 했고 불평했다.그러나 저자는 그런 지난한 시간은 반드시 통과해야하며 내가 해야 할 일을 끊임없이 의식하라고 한다. 그것이 삶이라는 거다.김연아 선수도 그랬지만 그냥 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것. 운은 찾아가는 게 아니라 준비된 이에게 찾아오는 거다. 해결을 위한 열쇠는 내게 있는데 나는 끊임없는 잡념이 생길 때가 많았다. 그때는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기억을 정화하고 나를 속이지 않는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책 뒷부분은 교수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가르치는 것이 업인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나는 학생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올바른 교수법으로 수업하는가. 이 질문은 내 공부가 나만을 위한 공부로 끝나지 않고 인류 전체로까지 힘이 되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공교육이 장기적 계획을 세워 책 읽기, 사유하기, 글쓰기를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기를 소망하는 저자의 생각에 십분 동의한다.모든 인간은 자기 나름대로 산다. 도망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으므로 유한한 인생을 어떻게 잘 살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될 때다. 그 길목에 공부는 늘 자리하고 있을 것이고 공부를 하기 전에 나의 공부 목적이 뭔지, 어떤 마음으로 공부해야할지 되새기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한동일 작가님 책은 믿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