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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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다른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이 이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인간만 이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되기 때문에 예부터 이성을 인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여겨왔고 중요시했다. 그래서인지 감정은 이성과 반대되는 지점으로 생각되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감정, 정서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범죄,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감정, 정서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기 이전에 아주 오래전부터 감정을 가진 동물이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고 이에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어야 사회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목적을 둔 책이라 할 수 있다.

감정, 정서, 기분. 다 같은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은 미묘하게 다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부분이며 1장에서는 이러한 이론적인 부분을 다룬다. 감정은 어떤 대상에 개인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느낌 상태를 말한다. 정서는 특정 환경 자극에 의해 일시적으로 유발되며 생리적, 심리적, 행동적 반응을 수반하는 심리 상태다. 기분은 개인의 전반적인 심리 상태를 말한다. 또한 인간의 감정, 정서에 관해 진화 이론, 각성 이론, 인지 평가 이론의 관점이 있음을 소개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감정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관여하는지, 그리고 타인의 정서에 대한 이해와 공감 표현을 관장하는 거울신경에 대해 알 수 있다.

마시멜로 실험은 심리학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실험이다. 마시멜로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유혹과 충동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때 아이들이 15분을 모두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다. 2장에서는 마시멜로 실험을 시작으로 정서지능, 정서 조절을 하는 이유, 정서 규범, 정서조절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내 정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화가 난다고 해서 분노를 터뜨리거나 무조건 참아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떤 조절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장이다. 이 장에서는 각 전략이 무조건적인 능사는 아니며 특히 정서를 억제, 통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님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서를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하는가. 무조건 자신의 정서를 알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공유할 때는 그 사람으로부터 지지와 위로, 유대감 등 긍정적인 심리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이론에서도 사회적 인정과 소속 욕구가 충족되어야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본다. 요즘 글쓰기를 통한 정서 조절이 각광받고 있는데 이 역시 제3자의 관점에서 나의 정서를 재평가할 수 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고 한다. 나는 글쓰기와 책읽기를 통한 정서조절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어떤 때는 뭔가 해소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내 정서를 제3자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과정이 빠져있기 때문인 것 같다.

3장은 사회적 정서를 공유하는 현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인 집단 대표 정서와 집단 정서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손흥민이 득점왕이 됐을 때 내 일인 양 기뻐하거나 독일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 학교에 소속감 느끼는 것 모두 집단 대표 정서라 할 수 있다. 손흥민이 득점왕 되는 순간을 친구들과 함께 보면서 공유하는 감정은 집단 정서다. 단 이러한 집단 정서는 편견이나 차별적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다.

4장은 자의식 정서인 자기평가 정서, 사회비교 정서에 대해 배웠다. 죄책감과 수치심의 차이를 알게 되었는데 죄책감은 내 행동의 문제이므로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지만 수치심은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나게 행동했을 때 생기며 나의 근본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므로 이를 자주 경험하면 공감과 타인 관점 수용력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에우다이모니아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행복의 의미, 즉 진정한 자기실현이 행복의 의미에 가장 부합한다는 저자의 말에 매우 동의했으며 행복하기 위해 결국 감사하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향유하고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했다.

감정은 이성만큼이나 중요하다. 내 감정이 지금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정서 지능이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단순히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는 정서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감정의 여러 면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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