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완역본) 세계교양전집 3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올리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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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이 철학자가 삶에서 느낀 명언, 잠언들이 빼곡히 11권(11장)에 걸쳐 수록된 책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된 책이 많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읽는 니체의 책도 출판사마다 번역이 조금씩 달라 느낌도 다르지만 니체가 전하려는 내용은 같듯이 명상록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올리버 출판사의 명상록을 읽었고 번역이 매끄러웠다. 명상록은 필사를 위해 독자들이 많이 읽는 책이기도 해서 나도 필사를 하여 읽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전쟁 막사에서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전쟁터같은 삶의 극한 상황에서 삶의 방향과 근본 문제에 대해 논한 그는 명상록에서 철저하게 이성에 근거한 논리적 사고를 거듭 강조한다. 이 철학자는 모든 일이 우주적 이성, 로고스로 결정되어 있다는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이고, 우주적 이성에 따라 일어나는 일은 나쁜 일일 수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스토아학파 답게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지양한다.

초반부에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에 대한 감사의 말과 소개를 한다. 보통은 책의 말미에 나오지만 특이하게도 명상록에는 초반부에 가족, 스승 등의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주변의 인물들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만들기 위해 존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장 많이 알려진 명언은 아침 기상과 잠에 대한 명언일 것이다. 너무 단호해서 아침에 오분만 더, 를 외치는 내가 스스로에게 미안해질 만큼 강한 어조로 얘기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에서도 소개됐었는데, 날이 밝았는데도 일어나기 싫으면 인간으로 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할 일이 있는데 왜 그러고 누워 있어 이 게으름뱅이야, 를 따끔하게 훈육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먹는 것도 잊는데 너 왜 그러냐, 정신차려라, 를 계속 얘기한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도 크게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도록 예정되어 있고, 우주적 이성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부동심을 찾아야 하며 우리는 우주의 한 일부분으로 구성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서문에서 무엇보다도 그의 철학에 대한 사유의 글이 너무 좋았다. 왜 우리가 살아야 하며 어느 방향을 지향해는지를 알기 위해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십분 공감했다. 나도 그런 이유로 철학 책을 읽고 있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올곧은 나의 정신을 그대로 부여잡고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누가 내게 좋지 않은 말을 했을 때는 참 견디기 힘들다. 이럴때 도움이 되는 글귀도 있다. 악담을 한건 그 사람이고 그 생각은 내 생각이 아니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다. 그러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통제권이 없는 것에 지나치게 연연해하지 말라는 거다. 살아가면서 힘에 부칠 때 두고두고 들여다볼 문장들이 많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날 것 같은 그는 의외로 현실세계에서 관대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론 단호한 어조지만 따스함이 곳곳에 느껴진다. 내가 일만 하라는건 아니다, 휴식이 필요한 거 안다, 그런데 그렇게 심하게 게으르지 말라는거다, 하고 다독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스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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