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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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지구과학이었다. 지구과학 선생님도 좋아했고 지구과학 선생님이 키우는 강아지 이름도 폴라리스를 따서 '폴라'라고 했다. 선생님의 전공에 대한 사랑 느껴져 수업을 재밌게 들었고 지구과학을 통해 지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 우주로 그 관심이 커졌다. 이래놓고 전공은 다른걸 선택했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과학 분야를 선택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내게 이 책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아쉬움을 해소해준 책이다. 지구를 넘어 우주의 행성에 대한 관심은 이번 나로호 발사 성공을 통해 더 증대됐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 드넓은 우주를 생각하면 절로 겸손이 생긴다.
이 책은 한국천문연구원 천문학자 8명이 90일간 들려주는 경이롭고 현실적인 우주이야기다. 하루에 하나의 이야기를 읽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책의 표지부터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책을 펼치면 나오는 저자의 자기 소개부터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자기 약력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천문학자의 꿈을 꾸게 되었는지,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으며 어떤 분야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는지, 어떤 주제를 이 책에서 소개했는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상세히 적었다. 어떤 사람이 직업을 정하게 되는 구체적인 포인트가 늘 궁금했다. 나는 특별한 경험도 없이, 그저 점수 맞춰 담임선생님이 가라는 대로 진학해서 이렇다할 나의 자율적인 직업선택의 재미를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서 늘 한쪽이 헛헛한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자기 전공을 사랑하고 연구에 몰두하여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그 직업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늘 궁금했는데, 이렇게 책 서두에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의 구성은 당신 머리 위 우주 이야기, 우주 탐사와 뉴 스페이스, 코스모스, 우주 그리고 천문학자 이렇게 네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당신 머리 위 우주 이야기에선 우리가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는 천체들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천문현상, 관측 가능한 우주이야기와 함께 생활 속 천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좋은 부분은 단순한 설명식 이야기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만한 쉬운 설명과 더불어 천체사진공모전 수상작들이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우주의 경이로움을 마치 직접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사진이나 니오와이즈 혜성같은 아름다운 우주의 사진들은 정말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황홀해졌다.
우주탐사와 뉴 스페이스 장에서는 활발한 우주 탐사 현장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주 산업 현장을 엿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사진, 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착륙선을 내려주고 사령선에 홀로 남아 20시간 이상 동료를 기다린 마이클 콜린스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지구인이 담겨 있는 지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나는 이 책의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아폴로 프로그램을 통해 달에 간 우주인들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는 등 독자들에게 좀 더 생생한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큐알 코드를 이야기의 끝에 수록했다는 점이다. 언제든 큐알코드를 인식시키면 내가 궁금했던 우주이야기의 한 단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코스모스 장에서는 우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천문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주의 팽창과 끌어당김이라는 과학적 지식도 비교적 쉬운 설명으로 과학 비전문가인 독자들을 이해시킬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가 수십억 년 전 생을 마감한 별들의 잔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숙연해지기도 한다.
우주, 그리고 천문학자 장은 일종의 부록 격이다. 옛 궁궐 속 천문시설이나 우주를 향한 열정을 가진 대학원생들의 모습, 비로소 천문학자가 된 그들의 지구밖 탐험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광활한 우주는 가깝고도 멀다.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내가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 이 책을 읽었다면 정말 나의 꿈은 천문학도로 바뀌었을 수 있다. 90일동안 천천히 그리고 깊게 우주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어떤 독자라도 우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증대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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