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꼭 읽어야 하는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재해석하면서 그의 진지함과 해학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군주론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군주론 자체가 그리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군주론에 담긴 마키아벨리의 진의를 먼저 파악하고 군주론을 읽으면 진의를 곡해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키아벨리는 한마디로 평화롭고 안전한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통치 수반이 정무를 수행하는 토대는 개인적 덕성이나 지혜가 아니라 실정법과 관료제를 주축으로 하는 공적 체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디치 가문이 통치하던 피렌체 공화국은 통치자의 지혜를 강조했던 플라톤 철학에 기반한 철인 정치를 모방하고 있었다.마키아벨리는 아주 주관이 뚜렷했던 것으로 보인다. 군주는 무력을 가져야 하고 군대를 양성해야 하지만 직업군인을 결성하라거나 전쟁을 충동질하는 신하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며 피렌체의 저급한 정치문화를 바꾸고 외세의 침입과 강압에 휘둘리지 않는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이 군주라고 말하고 있다.이 책이 좋았던 점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룬, 혹은 이와 비교, 대조할 수 있는 다른 책들을 뒷편에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같은 현재 사건과 군주론을 연결시켜 설명하기도 하고 앞부분에서는 헤어질 결심과 같은 최근 영화 내용에 나왔던 복선이나 재치있는 표현이 군주론에서 그대로 적용된다고도 말한다. 즉 해석이 매우 현대적이며 다른 군주론 관련 책들과 달리 그간 마키아벨리에 대해 왜곡되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재해석한다. 마키아벨리는 왜 체사레와 비견되는 무자비한 군인이 신생 군주의 위치에 있다고 기뻐했을까? 무자비함에 왜 초점을 맞췄을까? 여기서는 로마 공화정을 모델로 삼아 혼합정체를 견인해내는데 마키아벨리의 본심이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고대 문헌 연구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제왕적 권력을 가진 군주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군주국의 정권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인민의 호의와 평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군주의 자질, 품성 등을 논하는 부분에서도 정치학과 윤리학 차원을 구별하며 군주가 정치적 행보를 하면서도 선한 군주라는 외관을 통해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나아가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읽을수록 군주의 모습에서 요즘 정치인들의 모습이 겹쳐져서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시간이 흘러 지구 반대편에서도 아직 그런 현실이 지속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이 책은 군주론을 다시 읽어보고 내 생각과 이 책의 생각을 비교, 정리하게 해주었으며 가장 중요한 군주의 자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군주론에 대한 선입견이 다소 해소되기도 했고 여러 책을 읽어보며 생각 정립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어지러운 시대에 군주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