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힘 생각의 격 - 교양인을 위한 70가지 시사이슈 찬반토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허원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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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2023 목표 중 하나는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내 주장을 막힘없이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다. 어떤 주장이든 찬반이 있기 마련이고 내 의견이 찬인지 반인지 명확하게 얘기해야하는 순간에도 나는 이것도 맞는 말같고 저것도 맞는 말 같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는 첫째로 남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해서, 둘째는 솔직하지 못해서, 셋째는 사안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어서다.
첫째와 둘째는 내가 스스로 고쳐야 하는 부분이지만 셋째는 그 사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관련 지식을 쌓아야 한다. 이 책은 내게 세상에 존재하는 주장들에 얼마나 많은 찬반과 그 근거들이 있을 수 있는지, 더불어 나는 어떤 사람인지까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12년, 신문사 근무는 33년째인 베테랑이다. 고등학생들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신문을 읽는 이유는 물론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한 기사를 보는 이유도 있지만 종이신문의 맨 뒷면에 주로 위치하는 사설을 보려는 경우도 많다. 사설을 읽음으로써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게 하고 찬반 모두의 의견을 종합하여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 합리적으로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총 4부에 걸쳐 다양한 사안에 대해 찬과 반, 그리고 추가로 더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하면서 독자들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부에서는 안락사, 디지털 성범죄, 카카오톡 먹통사고, 저작권료, 아프간 난민 수용, 여성가족부 폐지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충돌하는 가치에 대해 양쪽 의견을 모두 제시하고 독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내가 관심있게 지켜본 사안은 이태원 참사고 제기된 국가 무한 책임론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처음 뉴스를 봤을 때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 감정적인 애도가 정리되고 난 후부터는 이성적으로 어디까지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역으로 생각이 넘어갔다. 유무형의 배상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법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됏고 무엇이 법 위반인지 제대로 규명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또한 특정 공무원에 대한 책임 추궁을 넘어서 국가에 책임을 묻는 행위가 성립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야 하는 사안이므로 뜨거운 감자다. 나는 처음에는 단순히 국가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국가 책임을 키울수록 정부의 국민 간섭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에서 봤을 때, 모든 사고에 대한 정부 책임이 무한대로 간다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하며 모든 것은 '법과 규정에 정해진 대로 정확하고 충실하게'를 기본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2부는 경쟁과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경제와 관련된 부분은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 경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내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통신비,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이 정당한지, 주식 공매도는 금지해야 하는지 등은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찬과 반이 극명히 갈릴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찬과 반 의견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가치관에 혼란이 오기도 했지만 점점 사안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서 내 의견도 정립되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3부는 고용과 노동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은 주로 경제와 관련된 사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4일 근로제, 임금피크제, 정년 64세 연장에 대한 득과 실 따져보기,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대한 찬반 내용 등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내가 찬성했던 의견이 다른 사안과 맞물리면서 다시 생각해봤을 때 반대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경우도 있었다.
4부는 성장과 복지에 관한 문제다. 진보, 보수 등 정치적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된 사안이다. 어디까지 복지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지, 우리나라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북유럽 국가들과 다른 여건이기 때문에 무한정 복지를 북유럽 국가의 실정에 맞추어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 아직도 존재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어느 정도의 기본적 주거, 살림살이는 보장해야 한다. 이 두 극명한 무게차를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야 할지, 완전한 균형은 없으니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에 무게를 실어주는 게 현재 상황에서 옳은지, 미래를 위한 큰 시각에서 보는 것이 맞는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간다.

이 책을 읽으면 나와 다른 관점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좀 더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논술이나 면접에 대비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 준비생들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사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내가 내린 결론이 반드시 옳다고 단편적으로 생각할 수 없음도 함께 배우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의사결정의 상황을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떤 선택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는 자꾸 그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보고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제대로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으며, 교양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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