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의 원칙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 지음, 류동수 옮김 / 타커스(끌레마)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보고도 내가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에 커다란 부담을 느낀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남들의 시선 때문이다. 심지어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먹을 메뉴를 선정할 때도 '아무거나'다. 나는 결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메뉴가 맛이 없을 때, 뭔가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내가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면책권을 얻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나는 이게 잘못됐다는 걸 꽤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견고한 벽을 깨부수기란 쉽지 않았다. 서평단 모집 글에 이 책이 있었을 때, 나는 꼭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고 감사히 서평단에 당첨되어 이 책을 완독했는데, 왜 자기가 결정하지 않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현재의 삶에 도달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내 자유의지다. 그리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과 대가를 치르는 것도 당연히 나 자신이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그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내가 과체중이라면 그것도 내 선택의 결과다. 어떤 것의 값을 더 비싸게 또는 싸게 매기는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의 현재의 삶을 가족이나 주변 책임으로 돌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나는 지금처럼 살 수도 있고 원하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내 직업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박차고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대로 있기로 결정한 것은 내 선택이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그저 울거나 좌절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난관을 헤치고 나가는 힘은 남에게 기대하지 않을 때만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한탄하지 말고 행위하라! 고 말한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은 자기탓, 실패는 남탓으로 생각한다. 반대로 타인의 성공은 남탓, 실패는 그 사람탓이라고 생각한다. 참 비루한 자기 정당화 논리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책임지지 않으려고 스스로 움츠린 채 상황을 탓한 태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이 언어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결정하기도 한다. 사실상 이 책에서 말하는 나쁜 표현들을 정말 내가 많이 하고 있음을 꺠달았다. "나는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 할지도 몰라." 같은 완곡한 의무나 금지를 나타내는 말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결정'에는 대가가 따른다. 대가는 바로 '자존감의 상실'이다. 그렇다. 나는 늘 결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내 기호를 없애며 자존감도 같이 무너뜨렸다. 불분명한 생각은 불분명한 말을 낳고, 불분명한 말은 불분명한 생각을 낳는다. 대표적으로 "~해본다"는 표현인데, 행위하기도 전에 실패를 확정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한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내면적 태도를 포함한 말이다. 나는 이런 미지근한 생각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었던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냐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사실은 나를 더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모든 게 좋아보여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의 문제는 결정하지 않은 데 따르는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남들의 기대는 남들의 기대일 뿐. 이제 나는 내 인생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불혹인데 말이다. 스트레스는 '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예'라고 말할 때 생긴다고 이 책에서 말했다. 너무 내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말이라 밑줄 좍 그었다. 나는 오늘도 얼마나 수많은 아니오에 예를 갖다 붙였는가.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나를 바꿀 필요가 없어지지만 나를 변화시키려 하면 책임 전가를 끝내고 실패에 대한 책임까지 떠맡아 그 힘으로 그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다. 

상대가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자주 있어 왔던 일이다. 가족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구, 동료들도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을 넘어서서 막말을 일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저렇게 행동하는 것에 내 책임은 없는가? 라고 이 책은 반문한다. 분명 내 행동이 거기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거다. 내가 그렇게 용인한다는 거다. 당연하다. 당연한 말을 해서 내 뼈를 때리고 있다. 나는 정직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정직성이란 정보를 제멋대로 자기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지 않고 최선의 지식과 양심에 따라 답하는 것이다.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면 내 삶은 더 단순해지고 예측가능하며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나는 늘 의무에 휩싸여 있었다. 의무는 스스로 떠맡은 책임이며 흔한 변명거리다. 자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결정을 내리는 수고를 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진정한 책임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해야 한다, 가 아니라 내가 한다,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가파른 성공의 길이라고 이 책은 단언한다. 

그러나 내 선택을 가로막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의욕을 파괴하는 보상과 칭찬이다. 보상은 의욕을 의무로 바꿔버리며 칭찬은 자존감에 손상을 가한다. 칭찬은 평가이고 평가는 위에서 내리는 것, 남이 무엇이 좋고 옳은지를 결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인생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신선한 점은 롤모델을 두는 것도 좋지 않다는 거다. 롤모델 자체가 내가 롤모델보다 약함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가치 있는 것은 원본이지 복사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기 결정을 함으로써 나는 행복할 수 있는가? 행복은 언제나 나중에야 말할 수 있다. 행복은 과거형이지 행복한 순간에는 언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비교는 그 대상이 동일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고유한 개인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유일하게 의미 있는 비교는 나 자신과의 비교다. 그러니까 롤모델을 따라하지 말고 스스로 내 안에서 롤모델을 개발해내야 한다. 행복의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자유, 자율성, 창의성을 의식하는 것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실제 상황이 좋아졌거나 좋아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즉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한 결정과 단호한 태도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다. 적극적인 행위, 자기 책임 하의 삶, 분명한 결단 뒤에 따르는 부산물이다.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고 결정하고 판단하기 나름이다. 이 책이 나를 정말로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다시 읽고 노트에 적어볼 생각이다. 결국 변화는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