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로드 1 -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한국사로드 1
김종훈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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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종훈님은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다. <임정로드>, <약산로드>, <현충원 한바퀴>를 쓴 책의 저자이기도 하면서 자칭 역사 덕후이기도 한 그는 여러 번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르면서 이 시험의 취지에 공감하며 더욱 역사에 대한 관심이 짙어졌고 이 시험을 통해 삶의 만족감이 많이 높아졌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역사 유적지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전국 500여 곳을 다니며 답사를 하면서 한국사를 더욱 즐겁게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저자의 경험을 살려 한능검 공부와 여행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능검에 출제되는 시대 순으로 출제하여 스토리, 가이드, 한능검 따라잡기, 투어 순으로 각 장을 정리하고 있으며 각 장은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남북국시대의 5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고조선시대의 첫 여행지는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다. 남부지방 사람인 나는 연천이 어디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워낙 많이 이 지역 이름을 봐왔다. 늘 한국사 문제집을 펼쳐서 맨 처음에 나오는 구석기시대의 유적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나 학창 시절 수능, 내신을 준비했을 때 봤던 문제집에는 어떠한 배경 설명도 없이 선사 시대 유적이 발굴된 지역은 연천 전곡리, 공주 석장리, 강원도 양구 등이다, 이런 식으로 짤막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그저 외워야 할 지식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렉 보웬이란 고고학 전공의 주한 미군이 한국인 여자친구 이상미와 주말마다 한탄강변을 거닐며 데이트하다가 날카로운 돌 즉, 주먹도끼를 발견했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연천 전곡리 유적은 구석기시대 유적지 중 하나로 외워야 할 것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하필, 이 주한 미군이 고고학 전공자였고, 주말마다 데이트를 빙자한 한타강 유물찾기를 했고, 이걸 프랑스 고고학 전문가에게 의뢰했고, 이것이 구석기시대 주먹도끼로 확인되면서 대한민국 학계가 이 일대에서 발굴 작업을 하면서 6000여점의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역사의 우연과 이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고 이 부분을 공부했으면 더 즐겁게 지식들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입력되었을 것이다. 한국인 이상미님과는 결국 결혼을 해서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렉 보웬은 2008년 만 58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2005년 정도에 한국을 재방문했을 때의 기사도 찾아보았다. 이런 호기심이 결국 공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 홍대에서 출발할 경우 연천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연천의 재인폭포와 같은 아름다운 관광지, 작가의 연천 탐방 경로 및 추천 코스와 지역 특색 맛집까지 자세히 적혀져 있으니 일석이조다.

한국사로드 2편도 나올 예정인데, 어떤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이야기는 2편에서 자세하게 다룰 내용이라고 주석이 달아져 있다.

서울에 놀러가서 이 곳을 방문한 적은 없는데, 이 책을 읽고 꼭 둘러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바로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일대다. 저자는 이 곳을 방문하고 나서 "국박 최고"라고 SNS에 올렸다고 하는데, 한능검 시험은 다가오고 현장도 보고 싶고 시간은 없다면 국박부터 가보라고 추천한다. (국박=국립중앙박물관) 각 전시관에서 볼만한 것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다 볼만하겠지만 한능검 시험에 초점을 맞춘 핵심 코스를 소개하고 있어서 더욱 좋다.

나는 삼국시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각 나라(고구려, 백제, 신라)에 대한 이야기가 한 장씩 소개되어 있다. 충주 고구려비에 대한 뒷 이야기(유홍준 전 청장 재임 시절에 얽힌 비화)도 알 수 있었고 지역인 충주시의 좀 더 면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아쉬운 점도 얘기한다.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짓고 내부를 구성할 때 단순히 외관의 멋이 아니라 역사적인 배경을 고려한 설계(예를 들면 고구려비를 중심으로 사신도까지 그려져 있는데 처음부터 고구려비가 고분 속에 있었던 건가 착각하게 만드는)나 추후 관리에 대한 부분까지 안타까운 마음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고구려를 생각하면 충주에 방문하고 싶고 백제를 생각하면 공주를 방문하고 싶다. 충청도쪽은 남부지방에 사는 나의 경우 멀기도 멀고 인연이 없어 여행으로 가본 적이 없는데, 사실 충청도 쪽이 신라, 백제, 고구려의 중심으로 이쪽 나라에 속하기도 했고 저쪽 나라에 속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유적지들이 많은 것 같다. 백제 부흥기의 무령왕에 얽힌 이야기도 역시 재미있고 볼거리 넘치는 공주 원데이 투어에 대한 내용도 공주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든다. 익산도 마찬가지다.

신라는 그래도 경주가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워 학창시절에도 자주 가고, 요즘은 단풍이 이뻐 불국사 등으로도 많이 여행을 간다. 경주는 이미 힙한 관광도시로 잘 조성이 되어 있다. 그러나 경주에서 왕릉투어를 해본 적은 없는데 왕릉 투어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어쨌든 신라는 역시 경주다.

남북국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영주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주는 내 본관과 관련된 곳이기도 해서 더 정은 가는데 여행을 가보지는 않았다. 영주 부석사는 워낙 유명하고 역시 통일신라도 경주다. 일제가 다보탑과 석굴암에 저지른 만행에 관한 부분을 읽고는 화가 나기도 했고, 남한에 발해에 대한 유적이 많이 없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저자도 코로나 시대를 감안하고라도 러시아 연해주 일대 투어 진행을 고민했다고 하니 말이다. 발해, 하면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 라는 노래 제목이 먼저 떠오르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철원 노동당사에서 찍었다고 한다. 철원을 궁예가 나라를 일으켜 세운 곳이기도 하다고 하니 이런 뒷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한국사로드2권, 3권이 나오면 무조건 읽어볼 것 같다. 여행지로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나도 모르게 공부가 되는 마법. 그러니까 아이와 함께 역사여행을 계획하면 이 책을 꼭 옆구리에 끼고 갈 것 같다. 역사 여행에 더없이 좋은 여행 가이드북이면서 한국사 공부도 절로 되는 스터디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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