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만지는 인생이라니, 어떤 의미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인 이근후 의사선생님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의 저자로 이미 나에게는 낯익은 분이다. 책 내용이 좋아서 우리 엄마에게도 하나 사드렸던 책인데, 여든이 훌쩍 넘은 노의사가 낸 책 이름이 코끼리 만지는 인생이라니 어떤 의미인지 문득 궁금해졌다.“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도 있지만, 코끼리를 만져본 사람이 직접 만지고 느껴서 알게 된 경험적 사실은 어디를 만졌느냐에 따라 느낌과 표현이 다른 것뿐이지 틀렸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일부를 전체라 고집한다면 장님은 실제 코끼리를 영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눈은 보이지 않아도 힘을 합해 코끼리 각 부분을 나누어 만지고 촉각으로 감지해낸 이미지를 퍼즐 조각 맞추듯 합친다면 코끼리에 가장 근접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인생도 이렇게 여러 사람이 만진 코끼리의 경험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함께 도우며 산다면 코끼리 실체에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코끼리 만지는 인생이란 제목을 짓지 않으셨을까 유추해봤다.노(老)의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인생,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고사성어, 유명 인사의 말, 이야기 등을 인용해 담백하고 허심탄회하고 얘기하고 있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로 일평생을 살면서 느낀 인간 심리와 여러 내담 케이스들을 담고 있다.저자는 할아버지가 손녀 손자에게 타이르듯 이야기한다. 인생은 덤이니만큼 더욱 가치 있게 살라고. 인생은 왕복 차표를 발행하지 않으니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때때로 반성하고 후회하더라도 걱정과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쓸 때는 반드시 일어난 사실에 대해 수긍하고 인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말은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상황을 직시하는 것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인생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을 마지막에 이르러 결론낸다. 그것은 여행이고 찰나이며 황홀한 기쁨이라는 것. 찰나와 같은 이 순간은 다시 잡을 수 없으니 부지런히 여행하고 느끼고 또 나누며 살라는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인생을 살고, 또 의사로서 많은 인생을 접해본 저자가 인생 선배로 하는 따뜻한 말들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행복을 대단히 큰 무언가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사실 행복은 그리 큰 것이 아닌 사소하고 잘게잘게 쪼개어진 덩어리다. 그 덩어리들을 얼마나 자주 느끼느냐가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 책도 많이 읽고 배움엔 나이 없으니 나이 탓 하지 말고 끊임없이 배우고 정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이 책을 편집한 이는 저자에게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다고 고백한다. 상처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자 나눔을 실천하는 편집자에게도 감동했다. 저자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세상이 선하고 따뜻한 것 같다. 모처럼 인생과 행복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