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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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철학자 오사 빅포로스가 쓴 이 책은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 선동되기 쉬운 언론이나 유튜브 등에 놀아나지 않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선택한 책이다. 지식을 이루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인 주장에 대한 믿음, 주장의 진실성, 믿음을 보존하는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그 근거가 우리에게 어떤 형식으로 믿음을 확고히 하게 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뉴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듯 포스트 트루스(탈진실-진실보다 감정과 개인적 믿음이 여론 형성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의 시대를 살고 있다. 트럼프 시대를 거쳐 온 전 세계는 일순간 혼란에 빠졌다. 모두들 아니라고 말하는 사실에 대해 끊임없이 이게 진실이라고 외쳐대는 트럼프의 트위터. 그리고 자꾸 그의 트위터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고민하게 된다. 너무 진짜처럼 외쳐대기에. 이게 진짜야, 가짜야? 내 상식이 잘못된 건가 하고 말이다.

저자는 근원부터 파고 든다.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출발한다. 인간이 거짓말에 왜 취약한지 심리적 기제를 이용해 설명한다. 심리적 기제에 대한 설명과 다양한 예시를 통해 우리가 왜 거짓말가 선동하는 가짜뉴스 등에 반응할 수 밖에 없는지 살펴본다. 이 책의 말미에서는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거짓은 거짓이라고 스스로 결코 이야기하는 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분별력을 더욱 더 키워야 한다.

지식이 확산되려면 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주장을 사람들이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믿음은 아무리 강력해도 지식은 아니다. 지식은 우리 모두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해온 인식적 노력의 누적 결과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지식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어디까지 과연 회의해야 할까. 어떻든 간에 우리는 믿음을 검증하고 증거를 찾는 과정에 책임이 있다. 객관성과 진실에 대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면 좋은 근거와 이유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게 된다. 트럼프의 승리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근원에 의문조차 들게 된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 했지만 여러 가지 심리적 기제를 보면 그러지도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인지왜곡에 대해 나온다. 대표적인게 확증 편향이고, 의도된 합리화라고 불리우는 현상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진실 추구가 목적이 아니라 소중한 믿음의 보호가 목적인 유형의 사고다. 즉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우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집단의 사고가 중요함을 이 책은 강력히 주장한다. 개인의 사고는 편향되고 게으르지만 다른 견해를 가진 여러 개인이 한 자리에 모이면 다른 사람의 주장을 평가하는데 능한 개인을 모으게 됨으로써 개인적 차원에서 성취할 수 없는 비판적 평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상반된 입장의 사람들의 서로를 멀리하고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진실에 도달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개소리(헛소리)와 거짓말의 차이점을 면밀하게 비교 분석한다. 거짓말쟁이는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것을 자신이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기려하고 헛소리꾼은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 우리는 자신이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주제와 관련해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음모론은 심리학적으로나 인식론적으로나 흥미롭다. 우리는 독립된 출처를 많이 갖고 있다고 믿지만 이 출처가 모두 동일 정치 목적 공유 집단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전체주의 국가와 가스라이팅은 왜 생기겠는가.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질문이자 대답은 학급 규모, 환경 등이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 교사가 무엇을 하는가, 교사의 참여와 개입이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구성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후반부에서 많이 거론하고 있다. 학교가 민주주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지식과 관련된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식과 비판적 사고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에서 알려준 것 중 하나는 디지털 출처의 신뢰성을 판단할 때 발언의 유형(주장, 풍자 등) 확인, 출처가 탄탄한지 확인, 1차 출처인지 확인, 출처의 목적에 의문 품기, 출처의 진위 확인하기를 거쳐야 한다는 거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다양한 출처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되, 출처의 신뢰성을 주의 깊게 평가하고, 우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마음에 열어두어야 하며 전문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음므론과 곡해에 면역이 되는 경향도 주의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대화에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도 수많은 언론사에서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견해를 보이며 서로를 헐뜯고 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경험들을 하루에도 수차례 듣고 보고 경험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내가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에 이 책이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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