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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태양계를 만들어 ㅣ 과학 품은 전래 동화
이지민 지음, 김윤정 그림 / 풀빛 / 2022년 4월
평점 :
우리 아이들 모두 좋아하는 책이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다. 엄마를 잡아 먹고도 모자라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러 온 호랑이, 그리고 참기름을 바르면 나무에 잘 오를 수 있다고 호랑이를 속인 오빠의 번뜩이는 기지와 바른 대로 말한 여동생으로 인해 생긴 긴장감, 때맞춰 내리는 동앗줄이 선사하는 통쾌한 호랑이의 죽음. 아이들은 짧은 이야기 속에 포함된 긴장과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 때문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뿐만 아니라 전래동화 서사는 거의 대부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상당히 특이하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태양계를 만들어>라는 제목으로부터 알 수 있듯 이 책은 전래동화와 과학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이다.
토끼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흥부와 놀부, 혹부리 영감, 요술 맷돌, 설문대 할망 이렇게 여섯 가지 이야기로 과학을 풀어내고 있다. 토끼전 이야기에서 아이는 왜 하필 용왕이 간은 필요로 했을까 하는 질문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간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 그리고 우리 몸 속 소화기관을 알아보는 활동을 통해 토끼전과 소화에 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결국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상상해보고 태양의 친구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태양계는 어떤 행성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우주와 연결시키는 점이 재미있다.
흥부와 놀부는 왜 제비가 남쪽으로 갔다가 돌아왔는지 질문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다. 왜 제비는 남쪽으로 갔다가 돌아올까? 제비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보면서 생태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
혹부리 영감은 혹 하나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욕심쟁이 영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깨비들의 오인으로 인해 생긴 작은 해프닝을 놓치지 않고 우리가 못 듣는 소리까지, 소리에 대한 과학 이야기로 흥미를 돋운다.
요술 맷돌은 우리 아이들도 나도 처음 본 전래동화 이야기다. 요숫 맷돌 때문에 바닷물이 정말 짠건지, 추운 겨울에도 바닷물이 얼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며 과학적 지식과 호기심을 넓힌다.
설문대 할망은 아주 익숙하진 않지만 집에 있는 전래동화 이야기로 한 번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번 더 읽어보았는데, 설문대 할망이 정말 제주도를 만들었을지, 그렇다면 언젠가 한라산도 폭발하지는 않을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화산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아이들은 전래동화 속 다양한 소재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자체도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영역의 과학을 다루고 있어 초등 저학년 아이들, 혹은 글밥 많은 것까지 소화할 수 있는 유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읽힐 수 있는 재미있는 전래+과학 책이다. 이 책이 오자마자 첫째가 매우 흥미있게 책을 혼자 읽었는데, 억지스런 과학지식 주입이 아니라 동화 속 이야기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하도록 되어 있어서 흥미 유발에 아주 제격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