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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의 전환 - 상상, 감정, 직관을 활용하는 건설적 사고
바바라 J. 세이어베이컨 지음, 김아영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3월
평점 :
비판적 사고가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인지, 비판적 사고가 문제해결력 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지, 비판적 사고는 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교육해야할 것인지, 비판적 사고는 평가가 가능한지에 대해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인 세이어베이컨은 비판적 사고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중에서 성차별적, 인종차별적인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관점에서 논의를 한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성주의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간의 연구가 비판적 사고를 인간의 몸과 문화적 맥락, 젠더, 인종, 계급 등의 요소를 간과한 채 진행된 결과라면 세이어베이컨의 연구는 이런 요인을 다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한 점으로 삼고 연구를 진행했다.
1부에서는 비판적 사고 이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고대 그리스인, 20세기 근대 철학자, 현대 철학자들에 아우르기까지 이들의 논의에 대한 결과와 문제점 들을 살펴보고 있다.
2부에서는 유럽과 서구의 전통적인 비판적 사고 방식에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젠더 이론이나 차이 이론, 근본적 여성주의 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 후 왜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부에서는 건설적 사고를 논의한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7장에서는 건설적 사고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확장시키기 위해 퀼팅비 은유라고 하는 것을 가져온다. 나는 교육학 관련 분야를 나름 긴 시간동안 연구하며 여러 논문을 참고해왔었기에 퀼팅비 은유라고 하는 개념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전환적 시각이라고 할만하다. 퀼팅이라고 하는 이름에서부터 이 사고가 여성주의적이며 비판적 사고의 재해석이란 측면에서 의미있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비판적 사고의 훌륭한 표상이다. 이 남성에 대해 플라톤은 자신의 불멸의 영혼이 이미 알고 있는 그것을 진리라고 여기는 사람, 아리스토텔레스는 결론에 요구되는 필연적 원인에 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등 현대 비판적 사고의 연구자들 대다수는 이 그림을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표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퀼팅비 표상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퀼팅비는 여러 사람을 의미하는 표현이지만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의 사람을 의미한다. 그래서 저자는 생각하는 사람이 비판적 사고를 고독한 행위로 영속시킨다고 보고 퀼팅비는 사고의 과정을 사회적, 다문화적 시도로 해석하게 한다고 본다. 퀼팅비에는 다양한 퀼터들이 참여하며 퀼팅비 은유는 미적, 실용적 특성들을 제시하고 있고 건설적 사고의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을 강조할 여지를 만든다고 본다. 그래서 상상, 감정, 직관 등의 도구가 탐구의 수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의사소통과 상호간의 이해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관계적 인식론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는 이미 다양한 젠더, 나이, 인종, 계급의 사람들이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고 있고 이러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연구는 가위, 색실, 침핀 등 퀼팅에 이용되는 도구들을 상상, 감정, 직관 등 다양한 인간 기능에 비유하여 이들을 비판적 사고 과정에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연구를 마무리한다.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이성중심, 이원론, 절대주의적 이론을 바탕에 깔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비판적 사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즐거웠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