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 뇌과학과 정신의학으로 치유하는 고장 난 마음의 문제들 서가명강 시리즈 21
권준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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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뇌과학, 정신의학 관련 책으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뇌영상학 전문가인 권준수 교수가 저자다.



1부에서는 뇌의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었다. 추론, 문제해결력, 자율성 등과 관련되는 전두엽, 공감각과 관련된 두정엽, 청각과 관련된 측두엽, 시각과 관련된 후두엽이 대뇌에 위치하고 있고, 인지 및 운동능력을 조정하는 소뇌가 척수와 연결되어 있다. 카할이라는 사람이 골지염색으로 뇌 신경계의 구조를 밝혀냈는데, 신경계는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로부터 신호를 전달받는 수상돌기가지, 세포유지에 필요한 단백질 및 효소를 생성하는 세포핵과 다른 세포 조직으로 구성된 세포체, 세포 사이 신호를 위한 축삭으로 이루어져 있다. 축삭은 마이엘린이라는 막으로 싸여 있는데 이 마이엘린 수초가 축삭에 감겨 자극 전달 속도를 빠르게 하는 수초화 현상은 20세에 이르러 완성된다. 이러한 뇌의 구조를 바탕으로 볼 때, 똑똑한 뇌, 높은 지능을 갖기 위해서는 신경망의 연결이 핵심이며 그러려면 유아기에 다양한 환경과 자극에 노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뇌는 사용할수록 활성화되고 그래야만 퇴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연결망이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새해계획에 우리가 곧잘 실패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새해계획에 성공하려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연결망이 바뀌는 뇌 가소성이 생겨야 한다고 하니 연결망이 생기기까지 꾸준한 반복으로 습관화시키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생후 6개월이 되면 뇌 속에 언어 음성 지도가 만들어지고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는 5~10세가 결정적이라고 하니 조기 영어교육이 성행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다.



2부는 마음의 문제에 대한 내용이다. 변연계라는 것은 대뇌와 간뇌의 경계를 따라 시상과 시상하부, 편도체 등으로 이루어진 기능적 시스템인데,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제 기능을 못하면 우르바흐-비테 증후군이다. 사이코패스라 불리우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에 대해서 편견을 버릴 수 있었던 계기도 되었다. 이 장애는 정신을 집중하게 하고 충동, 폭력을 억제하게 하는 전전두엽 활성이 저하되어 있고, 두려움을 느끼는 편도체 연결성에도 문제가 있으며 해마, 선조체 등 변연계 기능이 전체적으로 저하되어 있다. 존 내쉬 등이 앓았던 조현병은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조현병의 의미는 '마음 정진은 너무 긴장해 조금하게도, 너무 이완되어 게으르지도 않게 항상 마음의 끈을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는데, 전두엽과 시상의 연결성은 낮고 두정엽과의 연결성은 높으며 도파민이 과활성되어 나타나는 병이다. 시상의 미세구조가 감소되어 있고 뇌실 공간이 커져 뇌의 실질적 부분은 줄어든 상태다. 일반인들은 신체질환자를 대할 때보다 정신질환자를 대할 때 더 잘 공감하지 못하는데 실제 연구결과도 일반인의 뇌에서 정신질환자를 대할 때 공감이 어려워 인지적 지원이 많이 요구되는 내측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이 특히 코로나로 더 많이 앓고 있다는 우울증은 신경조절술로도 치료 가능하며, 운동이나 웃음, 명상 등으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고 있는데 운동 후에는 전전두엽, 전대상피질, 해마 부피가 회복되고 양측 뇌를 연결하는 뇌량 연결성이 증가한다고 하며, 웃음 후에는 덴도르핀이 생성되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우울증, 조현병 등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해결책을 같이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느꼈다.



3부는 행복한 마음은 뇌에 있다는 것이다. 동료 의사인 브로이어의 환자 안나 오를 치료하면서 프로이트는 정신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이 현상을 깨닫고 이드, 에고, 슈퍼에고 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본능, 뇌간과 관련있는 원본능 이드, 갈등 확인과 조절, 전대상 이랑과 관련있는 자아 에고, 전전두엽, 두정엽과 관련있는 초자아 슈퍼에고의 개념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특히 고등동물일수록 억제력과 관련있는 전두엽이 슈퍼에고와 관련되어 활성화된다고 한다.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바꿔주는 항정신병 약물이나 항우울제의 역할, 인지행동치료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행복을 위한 공식이 나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는데, 균형잡힌 건강한 식단, 수면, 일광욕, 운동, 명상 등이 도움이 되며 이것들이 왜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특히 명상의 일종인 템플스테이는 전두엽, 두정엽 사이 그리고 뇌백질 연결성을 증대시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기능적 연결성을 강화시킨다고 한다. 아이러니하면서 신기했던 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뇌의 선조체에서 도파민과 작용해 행복감을 만들어내는데, 도파민은 코르티솔이 있어야 지속적 만족감을 준다고 하니 약간의 스트레스가 행복감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거다.



4부는 과학이 마음의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특히 이 장에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는데, 바둑인들은 후두엽과 측두엽에 걸쳐 있는 방추 상회의 백질 치밀도가 증가하는 대신 전 운동피질 부위의 백질 치밀도는 감소한다고 한다. 이들은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통합에 있어서 일반인들보다 뛰어나고 그 이유가 뇌의 구조로 설명되는 것이다. 그리고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뇌를 연구한 것도 인상깊었다. 아인슈타인 뇌는 좌우 두정엽 하단부인 연상회가 일반인보다 더 넓은 대신 좌우 두정엽 사이의 홈인 실비안 열구가 얕고 그 자리에 뇌 신경세포가 있다고 한다. 특히 언어중추인 측두엽이 작아 아인슈타인이 모국어 습득에 늦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AI의 발달이 정신의학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으며 미래에 어떤 도움을 더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있었다.



우울증, 조현병 등의 여러 정신적 문제는 결국 뇌의 문제다. 특히 조현병은 평생 잘 관리하면 일상 생활이 가능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 주위 사람들의 지원, 시선의 변화 등이 필요하다. 요즘은 많이 인식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신적 문제는 신체적 문제에 비해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되기 쉽다. 사실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뇌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이런 정신의학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내가 몰랐던 뇌의 수많은 기능, 신비에 대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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