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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 인류의 역사에 스며든 수학적 통찰의 힘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4
김민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수학이 필요한 순간>,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으로 유명한 김민형 교수님의 신간이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크게 나누어져 있고 다시 각 시대를 두 장으로 나누어 담았다.
고대는 1장에 피타고라스, 2장에 아르키메데스를
중세는 3장에 바빌로니아 알고리즘과 무리수를, 4장에 모양에서 방정식까지, 르네상스를 만든 수학을,
근대는 5장에 과학혁명 시대의 실험과 이론을, 6장에 과학과 문학의 융합, 열망의 17세기를
현대는 7장에 루크레티우스의 원리자론과 8장에 과학자와 시를 언급하고 있다.
1장에 언급된 피타고라스 관련 이론은 두 개다. 피타고라스 화음 이론과 피타고라스 정리다. 피타고라스는 화음을 유리수로 설명함으로써 수를 가지고 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화음이론은 우주와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음 생성 시 소리의 주파수가 기본인데 모든 소리는 주파수 합성이다. 이 주파수 분석이 소리 과학기술의 근본이며 원자로부터 혹은 기본 입자로부터 큰 물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기본 주파수를 합쳐 복잡한 음이 되고 화음도 되고 소리도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원자이론의 시작이 피타고라스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또한 피타고라스 정리로부터 일반적인 추상기하를 만드는 방법이 나왔다. 대수를 통해 어떻게 기하를 일반화하는지를 알 수 있고, 이는 피타고라스 정리가 추상공간 이론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2장은 아르키메데스다. 워낙 여러 업적들이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에서는 부력의 원리 그리고 아르키메데스를 언급한 학자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아르키메데스를 응용 및 이윤 목적으로 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을 탐욕스럽고 비열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순수한 사고에 큰 열망과 애정을 보였다고 찬미했다. 마찬가지로 키케로도 아르키메데스를 실용적 목적에 관심이 없는 고고한 학자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는 어떻게 보면 플루타르코스와 키케로에 의해 전통의 위조를 당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학자나 학생들은 플라톤주의처럼 자기가 공부하는 학문의 순수성이나 영원성에 집착하거나 사고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음을 플루타르코스와 키케로의 글에서 알 수 있다.
3장은 바빌로니아 알고리즘과 무리수의 발견에 대한 내용이다. 제곱근의 근사치를 구하는 방법을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들은 제곱근 D의 근삿값을 구하기 위해 첫 번째 근삿값 a1과 D/a1의 합의 중간값을 두 번째 근삿값으로 지정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 제곱근에 가까운 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무리수의 발견은 당시 수 체계에 많은 혼란을 가져왔고 아르키메데스 또한 그의 논문들은 상당히 기하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19세기 되어서야 코시, 바이어슈트라스, 데데킨트 등에 의해 정확한 논리와 대수적 방법으로 실수 체계가 정립되었다. 중세에서는 알렉산드리아가 헬레니즘 문명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중요한 곳인데 여기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무세이온이라는 학술원이 있었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디오판토스 등이 이 도서관에서 토론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4장은 르네상스를 만든 수학이다. 18세기 즈음 함수 개념이 체계적으로 나타나고 오일러에 의해 많은 이론이 체계적으로 개발되면서 연속적으로 변하는 실수 같은 것이 뭔지에 대한 파악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것이 수 체계의 정립이 된 배경이다. 알 콰리즈미는 '소거' , '대비' 방법을 도입한 대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인데 알고리즘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페르시아의 수학자인 오마르 하이얌은 삼차방정식의 분류와 해법을 제시했으며 이로부터 점점 발전하여 복소수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대수학의 향연 속에서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기하학을 동원해 집필한 이유는 유클리드 등 그리스 기하학에 대한 압도적 우세론, 광학 연구에 기하학이 적합했다는 점, 케플러 법칙이나 갈릴레오 포물선 등 행성 운동에서 곡선의 중요성, 18세기 되어서야 대수학이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는 점, 그리스 로마 고전 문화 부흥 추구 운동으로 인한 것 등이 가능성으로 비춰지고 있다. 콘스탄티노플의 함락과 레판토 해전을 거치면서 르네상스 초기부터 절정기까지 기독교문명의 정체성과 관련된 이념들이 형성되고 자라나는 단계에서 이슬람과 자신들을 구별하려는 노력이 수학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슬람 문명에서 습득한 대수학보다 고대 그래스 문명에서 사용한 기하학을 강조하는 것이 당시 문화적 조류에 잘 부합했을 거라는 추측이다.
5장은 근대의 과학혁명시대를 다룬다. 과학혁명은 동시에 수학혁명이기도 하다. 네이피어, 뉴턴, 라이프니치, 뢰메르, 데카르트 등 수많은 수학ㆍ과학자들이 배출되었다. 베이컨에 대해서도 다룬다. 정치가, 과학자, 철학자이기도 한 베이컨과 경험주의, 그리고 이론적 변화와 경험주의적 변화가 함께 가는 듯한 현대의 수학 발전 상황에 대해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6장은 과학과 문학의 융합 시기에 대해 다룬다. 소르 후아나라는 다소 낯선 수녀이자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녀의 글에 나타난 팽이에 현상, 놀라운 과학관들에 대해 얘기하며 한 수녀 시인의 학문적 사고와 놀라운 창의성에 대해 얘기한다.
7장은 원자론에 대한 내용이다. 데모크리토스, 에피쿠로스, 루크레티우스, 베르누이 기체론, 루돌프 클라우지우스를 거치면서 원자론이 구체화되었고 맥스웰과 볼츠만, 기브스가 통계 물리의 기반을 닦아 큰 물체들의 성질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배경을 닦았다. 큰 물체의 성질은 물체를 이루는 원자 상태의 분포가 결정하는 각종 물리량의 분포에 의해 나타난다는 확률론적 시각인 것이다.
8장은 기브스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기브스 전기를 쓴 시인인 루카이저. 왜 수학물리학자인 전기를 시인이 썼을까?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은유가 필요하며 시인은 은유의 전문가라고 말했다. 기브스의 인생과 과학 세계, 미국적 과학 사상을 파헤치고 싶었던 것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오랜 역사를 거쳐온 수학의 역사와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