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진 때가 엊그제같더니 벌써 겨울이 왔다. 분주했던 생물들도 이제 겨울잠을 자러 떠나고 독야청청 푸르기만 할 줄 알았던 푸른 나무들도 이제 나뭇가지만 남은 채 봄을 맞을 인고의 시간을 보낼 준비를 한다. 이 책은 커다란 나뭇잎이 풍뎅이를 비롯한 여러 곤충들에게 주는 따뜻한 안식처의 의미, 함께 겨울을 이겨내는 것에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가을이 무르익어 빨간 옷을 입을 커다란 나뭇잎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바람에, 세월에 점점 오그라든 나뭇잎. 그 나뭇잎을 처음 발견한 풍뎅이는 커다란 나뭇잎을 안식처로 삼아 휴식을 취한다. 날개에 붙은 검은 점이 다소 무섭기도 하지만 비를 피해 들어온 나비에게 휴식처 한 켠을 내어주는 풍뎅이는 서로 꽃차를 나눠마시며 함께의 의미를 알아간다. 조금 있다가는 거미도 들어온다. 거미는 거미줄을 쳐서 걸린 곤충들을 잡아먹기도 하기에 풍뎅이는 선뜻 마음이 열리지 않지만 거미에게 잡아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는 나뭇잎 문을 열여준다.커다란 나뭇잎의 역할은 이것만이 아니다. 매를 피해 이리저리 다니던 숲들쥐에게는 안전한 장소이기도 하고 꿩을 피해 새끼를 낳을 곳을 찾던 배부른 무당벌레에게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어느덧 무당벌레도 많은 새끼 무당벌레를 무사히 낳고 나비는 나비대로, 숲들쥐는 숲들쥐대로, 풍뎅이는 풍뎅이대로 각자 또 함께 겨울을 난다. 이 커다란 나뭇잎 안에서. 커다란 나뭇잎은 단지 비를 피하고 바람을 피할 곳만이 아니라 함께 힘듦을 나누고 고난을 헤쳐나갈 따뜻한 공간이다. 바깥은 춥고 나뭇가지는 앙상하지만 그곳에 덩그러니 있는 커다란 나뭇잎은 단순한 집의 의미 그 이상이다. 그렇게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고 다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땅에서 잠을 자던 두더지도 깨어난다. 그바람에 나뭇잎이 뒤집어지고 집이 무너져버려 나뭇잎 속에서 안온한 공존을 하던 생명들은 깜짝 놀란다. 이미 뒤집어진 나뭇잎을 다시 뒤집긴 역부족. 이제 떠나야할 때다. 풍뎅이는 풍뎅이대로, 거미는 거미대로 모든 것들은 각자의 삶을 다시 살아내기 위해 떠난다. 그러나 가뭄으로 물이 말라버린 바깥 세상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뒤집어진 커다란 나뭇잎에는 물이 가득하다. 나뭇잎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내어준다. 다시 나뭇잎 친구들은 물을 마시고 수영을 하고 목욕도 하러 나뭇잎으로 하나 둘씩 모여든다. 나뭇잎은 세월에 오므라든 자신을 기꺼이 생명들의 안식처로 내어줬고, 나뭇잎을 처음 발견한 풍뎅이는 용기있게 다른 친구들을 나뭇잎 동지로 맞아들인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아이들의 책을 읽으면 아이들보다 어쩌면 어른들이 더 배울 점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따뜻하고 풍성한 그림체와 어디선가 들려오던 그림책 속 노랫가사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나뭇잎을 거쳐간 수많은 곤충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나열되어 있다. 이렇게 이름 예쁜 곤충들이 많다니. 아이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며 읽어본다. 이제 곧 우리 인간들도 추운 겨울을 나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더 추운 겨울일 것이다. 그럴때일수록 주위를 더 돌아보고 나누어야겠다. 아이도 그걸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자연을 배우고 마음이 커지고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