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열매랑 씨앗들은 풍성하게 여문다. 가을을 알리는 문턱에 가을 달빛이 가장 환하게 빛나는 추석도 있다. 풍성한 음식을 나눠 먹고 달님에게 소원도 빌어보는 추석, 그리고 가을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 그림 색깔 예쁘고 보고 읽고 있자니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도 부지런한 꿀벌 꿀비. 떡갈나무 마을 친구들과 붕붕 꿀약방에 모여 맛있게 나눠먹을 음식을 모은다. 긴호랑거미가 축제를 알리는 그림을 그리며 꿀비에게 소원사탕을 만들러 가느냐고 묻는다. 소원사탕이 뭘까? 달이 둥글게 떠오르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소원을 그득 담은 소원사탕을 뿌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모은 꽃가루를 솜털에 담아 꿀도 조금 넣고 조심조심 섞으면 반죽이 완성된다. 이 꽃가루 반죽을 만지고 굴리면 소원사탕이 완성되는거다. 꿀비는 꽃비할머니처럼 소원사탕을 뿌릴 기회를 얻는다. 그때 호박벌이 민달팽이를 타고 선물을 잔뜩 싣고 꽃비할머니에게 달맞이꽃 꿀을 드리러 온다. 숲은 축제준비로 한창이다. 단풍잎으로 소원사탕받이도 만든다. 사슴벌레는 뭐든 잘하는 호박벌이 소원사탕을 뿌리게 하자고 말한다. 호박벌이 아직 잘 날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하자 꼬리박각시는 자신도 처음부터 멋지게 날지 못했다고 격려해준다. 꿀비는 호박벌에게 같이 소원사탕을 날리자고 말하고 친구들의 격려로 둘은 시소 지렛대를 발판삼아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불꽃놀이같은 소원사탕은 장관을 이룬다. 미운 마음 하나 없는 한가위, 가을 같아라고 말하며 마을 식구들 모두 손을 잡고 빙글빙글 춤춘다. 붕붕 꿀약방 친구들이 마지막장에 소개되는데 하나같이 캐릭터가 살아있고 귀엽다. 이런 마음으로 다같이 예쁘게 소원을 빌면 정말 모든 소원이 다 이루어질것만 같다.가을의 풍성한 열매, 잘 여문 씨앗만큼이나 서로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마음을 가진 친구들. 아이가 이 책을 읽고 그런 마음을 배우고 느끼길.그림책은 아이만 읽는게 아니다. 나도 읽으면서 뭔가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가끔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어른도 아이 그림책이 읽고 싶은 순간이 온다. 꽉 채워지지 않은 종이의 여백만큼, 그리고 그 여백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며 나도 위안과 평안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