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적분의 힘 - 복잡한 세상을 푸는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9월
평점 :
미적분을 총괄하는 책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미적분의 수학적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실용적 가치를 부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적분이 왜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했는지 의문인 사람이다. 그 많던 내용이 수학에서 빠지면서 미적분은 오래전부터 수학교육에서 지위를 잃어갔다. 미적분이 없으면 휴대폰, 컴퓨터, GPS도 없고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주도 미적분의 비밀을 품고 있다. 과장 보태 세상 만사를 움직이는 힘이 미적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무한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원넓이를 구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피자조각을 붙여 나열하여 직사각형 넓이 구하기로 환원하는 아이디어로부터 순환소수 0.33...=1/3을 실무한과 가무한으로 해석하는 것, 그리고 이로부터 0으로 나누는 것의 혼돈상황과 제논의 역설까지 다루며 1장부터 상당히 깊이 있는 수학을 다룬다. 2장에서도 이어서 원주를 정96각형을 이용해 실진법으로 구한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포물선의 구적법으로 포물선 활꼴 넓이를 구했다. 아르키메데스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어떻게 <아바타>나 <토이 스토리>인물 구현에 역할을 하는지 이어지는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무한은 미적분의 기초다. 실무한으로서의 무한소수를 품고 있는 실수가 실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연속적인 것으로 간주해샤 한다고 주장하는 미적분이 실수로 정량화될 수 있고 끝없이 잘게 쪼갤 수 있다는 극한의 개념을 토대로 미적분이 설 수 있다.
케플러와 갈릴레이의 등장은 미적분을 운동의 세계로 가져다 놓았다. 그들이 없었다면 GPS도 없었다.
4장은 미분과 적분이라는 두 가지 상이한 개념이 어떻게 지금처럼 미적분으로 붙어다니는지 얘기하고 있다. 융성했던 기하학이 쇠퇴하고 대수학이 각광을 받으면서 두 영역이 자연스레 결합된다. 그 중심에 데카르트가 있다. 오늘날 고교 수학도 모두 데카르트가 시작점이 된 해석기하학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적분학과 최적화는 데이터 압축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그 중심에 있는 페르마의 업적을 소개한다. 페르마는 마지막 정리로 유명하지만 미분학을 물리학에 적용하기를 시도한 첫 학자다. 이것이 우주의 작동 시스템에 미적분이 내장되어 있음을 시사한 초기 단서가 된다.
중간에 등장하는 지수와 로그, 도함수, 선형함수의 정의 등은 독자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제공한다. 7장에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운동과 곡선을 미적분학으로 탄생시킨 배경이 등장한다. 드디어 dy/dx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미적분학의 기본정리를 발견했다. 뉴턴은 연속적인 대상인 운동과 흐름에 대해 생각하다가, 라이프니츠는 미분소를 통해 미분을 도입했다. 미분소는 HIV 즉 사람 면역 결핍 바이러스를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9장부터는 우주의 이야기다. 우주는 미지의 세계이긴 하지만 논리적인 공간이다. 자연을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묘사한 뉴턴 이후 물리학과 미적분학의 계몽 시대를 후반부에 소개하고 있다. 편미분/상미분 방정식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학부 3학년 이상을 거치지 않으면 내용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파동 이야기의 등장으로 푸리에 급수가 등장하고 다시 이것이 의학에서 X선, CT등에 수학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서술하며 광범위한 미적분학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이 왜 수학 친구인지, 생명과학은 왜 수학과 친구를 먹어야만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판을 칠 미래에 미적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의학과 사회학, 정치학 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예측이 쉽지 않지만 분명한 건 미적분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수학이 어디에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미적분에 한정해도 그 쓰임을 셀 수 없이 많이 얘기할 수 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수학교양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