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의 다이어리

리시의 다이어리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56
엘런 델랑어 지음, 일라리아 차넬라토 그림,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9월

일기를 쓴다는 건 참 좋은 일이면서도 어렵다. 몇번을 다짐하고 실패했는데 이런 내가 아이에게 일기를 써보라고 했다가 아이도 실패했다. 동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기쓰기는 힘들었을거다.

이 책의 주인공 리시는 할머니 생신 선물로 꽃과 함께 다이어리를 선물한다. 아마 엄마 심부름이었을 거다. 다이어리 즉 일기가 뭔지 모르는 리시는 할머니가 생신 선물로 일기장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게 이상하기도 궁금하기도 했을거다. 할머니는 오래된 일기장을 하나 꺼내 리시에게 읽어준다.


일기의 주인이자 주인공은 리시다. 여기서 리시는 할머니다. 할머니의 이름을 따 손녀의 이름도 리시이기 때문이다. 일기의 주인공인 리시(할머니 리시)가 어느 날 얼음 연못에 빠진 오리를 구해준 사건이나, 깨진 꽃병을 수습한 사건 등 매일 리시가 기억나는 또는 경험한 사건들과 일상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리시는 그런 일기장 주인공이 누군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재미도 있고 자기 같기도 한데, 과연 이 글의 주인공은 누굴까? 할머니는 그 주인공이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자기 일기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인거다. 오직 내가 주인공이고 내 생각 내 감정 내 일상이 글로 펼쳐지는 마법같은 공간, 일기장. 리시는 일기장의 의미를 그제서야 알게 된다. 그리고 리시도 마침내 보물이 될 자신의 일기장을 펼쳐 첫 일기를 쓰는 것으로 이 그림책은 마무리된다.


그림책의 색감도 너무 따뜻하다. 나도 아이도 내일부터 일기장을 꺼내 적어보기로 했다. 단 한줄이라도, 오늘 생각나는 즐겁거나 재밌거나 슬펐거나 했던 모든 기억들, 일상들을 적어내려가는 건 큰 기쁨일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에 아이가 더 커서, 일기장을 꺼내보았을 때 과거를 추억하며 현재를 더 잘 살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내가 5살 6살 때 썼던 일기장을 가지고 있다. 이제 몇 권만 남았지만 그때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시절 행복했던 순간, 가족의 일상들,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얼마나 또 아름다운지. 내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일기쓰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