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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 최선의 관계를 찾아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혜연 옮김 / 생각속의집 / 2021년 9월
평점 :
우리에게 <어린 왕자>로 잘 알려진 생텍쥐페리. 이 작품 말고는 대부분 잘 모를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작품 속에서 의미 있는 구절들을 엮은 잠언집이다. 잠언은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딱히 가르치거나 훈계하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생텍쥐페리의 작품 속에 녹아든 인생의 가르침은 어느 에세이보다 풍성하고 진실되다. 그리고 그의 작품, 인생, 그리고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텍쥐페리의 다른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사막의 도시>,<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의 구절 중에 우리가 등산하고 기분이 좋은 건, '있는 힘을 다해 산을 올라왔다는 것 때문에 당신의 마음이 그렇게 설레는' 것이라고 했는데, 작은 문장 하나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인간의 본성, 삶의 방향성, 가치 같은 것들 말이다. 얼마 전에 읽은 한귀은 교수의 <밤을 걷는 문장들>에서의 내용이 이 잠언집과 많이 겹쳐진다. 사랑을 주면 줄수록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고, 내 것을 주고도 잃기만 하면 그건 주는게 아니라 나를 상실한다는 말. 등등.
<어린 왕자>는 아주 어릴 적 읽었다. 그때는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 잠언집에서 만나는 수많은 구절들이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어떤 책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 위해선 내 마음이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야 한다. 내가 완전히 성숙한건 아니지만 분명 어렸을 때보다 더 포용적이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더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면 더 많은 문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삶에 녹아들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구절에도 있듯, 세월이 흐르는 걸 인생이 완성되어 가는 걸로 생각하면 나는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는게 두렵지 않다.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주옥같은 작품들 중 우정, 사랑,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생텍쥐페리 직업이 비행기 조종사였던 만큼 별과, 사막과 바람에 대한 내용이 많다. 결국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끊어낼 수 없는 존재이고 어떻게하면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지, 존재의 본질에 대해 논하는 잠언집이다. 이렇게 주옥같은 문장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으니 한구절 한구절 읽으면서 더 와닿는 것 같다. 새삼 생텍쥐페리라는 작가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의 깊이와 일상을 보는 통찰력은 대단하다. 돈과 숫자로 모든 것을 환산하고 집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진짜 중요하고 행복한 시간들은 돈과 상관없는 곳에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을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인생의 보석을 찾고 싶다면 이 책,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작품들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