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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의 고백 ㅣ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유키 히로시 지음, 박은희 옮김, 전국수학교사모임 감수 / 영림카디널 / 2021년 8월
평점 :
현 고교 교육과정에서 수열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수학1의 3단원에 첫 등장하는 수열 단원에세 등차, 등비수열, 여러 가지 수열, 귀납적 정의 등을 학습하며 미적분 과목의 1단원에서 수열의 극한과 급수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지며 확장된다. 가히 수학공부의 중심이라 볼 수 있으며 생각보다 간단하고 쉽다. 단, 기호 사용이 어느 정도 익숙하다면 말이다.
이 책은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대화식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수열 개념 전반을 소개하고 이해시키는 책이다.
'나'는 고2학생으로 수학토크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다. 유리는 중2이고 '나'의 사촌여동생이며 논 리적 사고를 좋아한다. 고1인 테트라, 고2인 미르카,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사서 선생님이다. 이들이 서로 의문을 가지고 대답하는 과정 속에 함께 들어가다보면 수열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도 친숙하게 이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수를 나열한 것도 수열이지만 규칙성이 있는 수열을 탐구하는 것이 수학이다. 1장에서는 1부터 시작되어 차례로 나열한 n개의 홀수들의 합이 n제곱과 같음을 그림으로 보이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레 계차수열을 도입한다. 계차수열을 사용해 정리하면 수열이 어느 가족에 속하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가족은 등차인지 등비인지 등 규칙을 얘기한다
2장에서는 시그마 기호를 이해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기호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착각하기 쉬운 경우를 예를 들어 잘 설명하고 있으며 왜 기호를 사용해야하는지,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이유없이 기호를 도입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시그마의 성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해주며(가령 시그마 a_k+b_k의 합이 시그마 a_k와 시그마 b_k의 합과 같음은 더하는 순서를 바꾸어도 된다는 의미) 시그마를 사용하여 나타낸 다양한 합의 조작 방법을 보여준다. 기호사용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
3장은 등비수열이다. 등비수열의 계차수열이 원래 수열과 같아지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에 대한 문제를, 일반화된 식을 이용하여 보이는 과정을 통해 이런 식의 증명은 구체적인 예를 하나하나 들어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완벽한 증명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피보나치 수열에 대한 기본 설명과 더불어 이 수열의 각 항의 일의 자리로 이루어진 수열에서 다시 한번 1, 1, 2, 3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지 질문해보고 이를 직접 시행해보는 구체적 방법을 통해 확인한다. 이 질문을 확장하여, 0부터 9까지 정수 중 2개를 골라 처음 두 항으로 한 뒤 두 수를 더해 만든 수의 일의 자리로 이루어진 수열을 만들면 처음에 나왔던 두 항이 반드시 다시 나옴을 비둘기집의 원리와 귀류법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설명되어 있다. 나도 처음 접한 문제여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4장은 1부터 n까지의 합의 제곱근을 일반항으로 갖는 수열 a_n과 이 수열의 계차수열에 관한 탐구다. 계차수열이 2분의 루트2라는 값으로 수렴하는 수열임을 설명하기 위해 극한개념을 자연스레 도입하고 있는데 직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표, 기호, 그래프를 이용하여 추상과 구체를 자연스레 넘나드는 전개방식이 아주 인상적이다.
5장은 1, 2, 3, 4, 10, 14가 적힌 주사위가 탐구 대상이다. 이 주사위의 전개도를 변형시켜 첫 행이 홀수이고 그다음 행은 바로 윗행의 두배인 값이 나오는 무한표를 만들 수 있는데 이 곱셈표는 모든 자연수가 신기하게도 한번씩 나온다. 왜냐면 모든 자연수는 2의 m제곱 곱하기 (2n+1)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고 여기서 (m, n)이 바로 이 곱셈표에서 m행 n열이 되기 때문인데 이 과정을 알기 쉽게 자세하게 설명한다. 주사위의 전개도와 수열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창의적인 장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된 급수가 1로 수렴함을 설명하는 과정은 정말 경이로웠다.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참 좋았다. 설명 중간에 툭 튀어나오는 적절한 질문들과, 탐구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는 부분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다음 시리즈도 있다니 기대가 많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