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들 - 100세 시대 우리 교육의 방향
김종엽 지음 / 렛츠북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교육은 늘 뜨거운 감자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 서서 더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교육 문제인 것 같다. 최근 들어 참 많이 교육 문제로 답답했는데 저자도 그러한 심정으로 이 책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저자는 화공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대학에 몸담았던 교수님이다. 정년퇴직 후에 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대학교를 경험하고 아이들을 기른 입장에서 교육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생각들이 전해져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말을 하지만 그게 대체 어떤 의미이며 어떤 방향으로 시대가 급변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코딩과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시중에는 코딩 관련 책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인공지능 수학이 들어 와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배운다고 해서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하는 능력과 문제해결력이 길러질까는 의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더더욱 이런 시점에서 교육의 본질을 생각해 보고 우리가 할 일이 뭔지를 정확히 짚어내어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가 평생 필요한 것은 결국 문제 해결 능력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지혜로운가에 따라 그 사람을 전혀 다른 길로 가게 할 수 있다.
p.29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알고 꿈, 용기를 갖게 해 주고, 그러면서도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꿋꿋이 살 수 있도록 맷집을 기르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품격있게 행동하고,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화이부동의 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역사인식을 바로 하고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혜를 갖게 해야 한다.
p.30

많은 사람들이 내게 수학 배워서 뭐하냐고 말한다. 미적분이 어디에 쓸모가 있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공부가 어딘가에 지금 바로,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배우는 추론 능력, 문제해결력, 합리적 사고 능력, 논리력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다른 문제 해결에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수학을 잘 하는 사람들이 모두 합리적 사고능력과 문제해결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수학적 사고를 조금이나마 배웠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의 판단에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지금 교육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외국, 선진국에서 좋다고 하는 교육정책을 차용하는 것인지, 직접 현장에서 수업을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제시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교사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교육과정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너희 진로에 맞춰서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대학에서도 진로를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두고 있는데 고등학생들에게 미리 진로를 정해 그에 맞는 선택과목을 들으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논하는 문제 중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측면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양가적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참 어려운 부분이다. 아니, 사실은 어려운 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부모인 내가 불안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너도 나도 다 학원 간다고 하면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이 염려되어 우리 아이도 일단 보내보자는 심리는 누구나 겪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는 고등학생 때 학원 다니지 않고 내 스스로 공부했지만 학원을 다니며 더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받았다면 지금보다 더 결과가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여 내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되 적절히 활용한다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뭐든 지나친 의존이다.



그런데 그저 주입식 지식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지혜로운 사람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이 책에 의하면 먼저 분석과 종합을 잘해야 한다. 삶에서 만나는 모든 문제는 답이 있는 문제와 답이 없는 문제로 나뉜다. 그 안에서도 답이 나중에야 나오는 경우도 있고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경우도 있으며 정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와 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구분하여 장단기 계획을 세워 해결해야 한다. 또한 보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하고 요소가 잘못된 것인지 조합이 잘못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준비와 대처를 잘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학교에서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제와 답을 동시에 가르쳐 주는 교육이 아니라 간단한 문제부터 차츰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는 교육을 통해 대처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잘 파악해야 하고, 이 세상이라는 생태계 안에서 자기의 영향력, 역할, 의무,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 부분을 전체로 보고 판단하거나 반대로 전체를 보아야 할 것을 부분만 보고 판단하여 결정을 내리는 행동은 지혜롭지 못하다. 이런 것들은 사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아이가 정말 말 그대로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 교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었다고 교육에 대해 가졌던 내 가치관이나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 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나는 부모로서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교육에 임해야 할지를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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