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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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젊은 건축가인 저자 이규빈이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를 출장다니며 각 나라의 건축에 대해 알려주는 건축 에세이다. 나는 건축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이상하게 건축이라는 것에 관심이 간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같은 도시의 아파트들을 보다가 신선한 건축물을 보면 도시 속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타국으로의 여행에 기약없는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여행을 현재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기분좋은 상상을 하게 한다.

책 첫 장을 들어가기 전에 도면 읽는 법이 간단히 소개된다. 도면은 책을 읽으며 가끔 등장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실제로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내가 그 곳을 상상하거나 찾아볼 수 있게 해준다.

첫 장은 일본이다. 가까운 나라인데, 일본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하긴, 내가 가본 나라 자체가 거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은 코로나 터지기 전에 한번 가볼껄 하는 생각이 드는 나라다. 지리적, 환경적 영향 등으로 우리나라와 다른 건축의 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도쿄에서 가볼 만한 건축으로 추천된 '미우미우 아오야마'는 건축물로는 일본답지 않은 느낌이다. 스테인리스 강판이 뿜어내는 인상이 압도적인 이 건물의 평면도를 첨가해 건물의 이해를 도왔다. 뭔가 과자먹고 난 후 상자가 조금 들린 듯한 특이한 전경. 저자가 본 작고 남루한 소바집의 전경과 너무도 닮아 있었는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건물이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스카이트리같이 뾰족하고 웅장한 높은 건축물에서 바라보는 아래의 모습이 더이상 감동적이지 않다는 것은 건축물에서 무엇을 보는지가 아닌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함을 일깨운다.

두 번째 장은 중국이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건축물의 느낌은 웅장하고 옛스러운 고풍 건축이다. 하지만 베이징은 그 옛스러움과는 동떨어진 모습인 듯 하다.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지상 15층 높이의 갤럭시 소호라는 복합시설은 상당히 특이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설계의 모티프는 중국 전통 건축인데 뭔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곳이 들어선 자리가 급격한 도시화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파괴된 옛 전통마을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그 모습 자체만으로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곳에 선 땅의 원래 모습, 주변 환경등도 고려되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그래서 난징 대학살 기념관은 외관을 떠나 추모의 공간이자 슬픔의 건축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건축은 진실 앞에 자리를 양보하고, 바닥을 덮는 대신 슬픔을 담아내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건축이다.

세 번째 장은 미국이다. 그 넓은 땅덩어리를 한번 밟아보지도 못하고 코로나... 어쨌든 미국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농사짓는 땅도 광활한 대지도, 날것 그대로의 자연과 아주 인공적인 도시의 모습 모두를 품고 있는 미국에서는 건축, 하면 가슴아픈 것이 바로 세계무역센터다. 911 추모공원 및 기념관의 횡단면도는 추모를 위해 건축가가 얼마나 고심했을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프리덤 타워는 기하학적으로 아주 탐구해보고 싶은 외관인데 추모공원에 아주 가까이 있다.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초고층 건축이 세워져야만 했던 이유에 결국 면적과 돈에 대한 수학적 계산이 숨어 있음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세계무역센터 교통허브의 아치는 상부 구조의 단부가 슬래브에 매달려 어떻게 무게를 지탱하게 하는지,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건축의 섬세함을 느끼게 하는 건축이다.

그러나 그런 치밀함만 있는 곳은 아니다. 포 프리덤스 파크는 이름에서 오는 느낌과 같이 탁 트인 빈 공간이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무엇이 미국의 건축인지 보여주는 대표적 예같다.

네 번째 장은 다소 생소한 브라질이다. 부루마불에서나 들었던 상파울루 미술관, 쿠리치바라는 도시를 답사한 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브라질의 건축에 대해서 알려진 바나 선입견같은 것은 없지만 브라질이 1985년 민주화를 맞이한 후 조금씩 바뀌는 건축풍경을 느낄 수 있다.

다섯 번 째 장은 프랑스다. 왠지 건축에도 일가견이 있을 거 같은 나라. 르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는 워낙 유명한 분이라 이름을 알고 있다. 라투레트 수도원, 생폴 드 모졸 수도원 등 수도원 위조의 건축을 소개하고 있다.

젊은 건축가의 신선한 시선으로 각 나라의 건축을 소개하며 사진과 도면을 보는 시간이 풍요로웠다. 대리 여행을 갔다온 느낌이기도 하면서, 건축은 어떤 부분에 앞으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 젊은 건축가의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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