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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 ㅣ 니체 아카이브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6월
평점 :
니체. 내게 니체는 벽돌같은 철학자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지만 역시 한 번 읽어 이해가 잘 가지 않았고 알듯 말듯한 그의 철학에 대한 나의 갈증을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가 니체에 대해 쓴 책을 옮긴 이 책은 니체라는 철학자와 그의 철학에 대한 보고서라 보면 될 듯하다. 살로메는 니체가 첫눈에 반해 청혼했던 여성이며 니체와 한동안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니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의 정신세계를 잘 이해해슬 것이다. 이 책은 니체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니체의 외양, 성격, 질병, 사회적 관계, 정신세계, 철학 등 니체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서술하고 있다. 그 중에는 서로 나눈 편지, 그와 나눈 대화, 니체의 지인들이 니체에 대해 적은 기록 등도 있는데 이런 기록들을 중심으로 그의 철학적 세계의 변화를 짚어내고 있다.
니체라는 존재, 니체의 변화과정, 니체의 체계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니체의 존재에 대해 다루는 첫 장에서 살루메가 바라본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보여지는 파격적이고 개혁적인 니체의 모습과 달리 조용하고 섬세하며 고독한 성격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살루메는 니체를 은둔자나 침묵하는 고독자,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가진 사람, 격식을 차리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그의 철학이 주는 이미지와 반대되는 성격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본성이 여성적이라는 평은 니체의 철학이 그간 보여준 사상적 이미지에 반하는 느낌이다.
니체 사상은 자기 고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그의 정신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곧 그의 사상 이해로 연결된다. "나는 그것을 나 자신을 위해 썼다"라는 니체의 문구는 이를 대변한다. 그의 삶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치유의 과정으로 요약될 수 있고 이 과정이 그의 사유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인식을 만들었다. 혹독한 자기 극복의 과정에서 자기변화, 창조력을 동반하는 영혼의 투쟁, 인식의 투쟁을 거치며 그의 철학을 완성시킨 것이다. 또한 그에게 종교는 커다란 하나의 축인데 살로메는 "잃어버린 신을 위한 대체물을 자기 신격화라는 가장 다양한 형식에서 찾는 가능성"이라고 표현하며 무신성의 주장이 니체에게는 영혼의 운명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또한 니체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니체는 기만이나 허구, 비진리를 높이 평가하며 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도 연결된다. 이 책에서 살로메는 그의 광기에 주목해 이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했다.
살로메가 쓴 책이지만 이 책에서는 인용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살로메는 니체의 저서들에서 나오는 문구를 중심으로 니체의 사상을 표현하고 있는데 살로메의 해석이나 설명보다는 니체의 저술 자체를 통해 그의 사상을 왜곡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살로메의 책인지 니체의 저서 인용에 대한 책인지 헷갈릴 수 있지만 그 정도로 니체 본연의 사상과 철학 있는 그대로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고 그녀의 니체에 대한 평도 인상적이다. 니체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는 측면도 있고, 니체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니체라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말해주는 측면도 있다. 니체의 사상을 심리학적으로 조명한 것도 역시 인상적이며 그의 삶의 변화에 따른 사상적 변화가 잘 구분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다.
니체와 관련된 책, 혹은 철학책 중 니체가 일부 포함된 책들 중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관심있는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번역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았다. 니체의 사상을 니체의 입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조명한 것도 신선했고 오히려 더 객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체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