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아이 읽기독립 - 아이의 건강한 독서습관을 만드는 긍정적 독서지도법
최신애 지음 / SISO / 2021년 6월
평점 :
이 책은 한글을 떼고 난 다음의 독서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읽기독립"에 대해 다룬 책이다. 나는 평소에 독서에 관심이 많고 아이도 그랬으면 좋겠어서 매일 그림책을 읽어 주고 있다. 6세인 첫째는 한글은 읽을 수 있는 단계이고 받침이 어렵지 않은 쉬운 글자도 쓰기를 할 수 있는 단계이지만 스스로 책을 읽는 단계로의 진입은 아직 되지 않은 것 같아 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읽기 독립이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고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하는 상태를 말한다. 나는 어떤 때는 아이가 계속 책을 읽어 달라는 요청에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빨리 재우기도 하고 그저 아이가 빨리 읽기독립을 했으면 하고 바랐는데, 많은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부모가 읽어주기'는 아이가 요구할 때까지, 어릴 때 읽어주던 애정과 관심을 그대로 담아 읽어줘야 한다고 한다. 아이가 읽는 글의 양이 늘어나면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면서도 자기 읽는 속도보다 느리므로 더 이상 읽어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 내가 책을 읽어줄 때의 문제점을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는데 아직 우리 첫째는 문자해독의 자동화 과정 중에 있다. 그런데 문자해독 과정에서 가끔 나는 아이에게 내용을 이해하는 독해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용을 몰라도 되니 여러 권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 연습을 해야할 때이고, 저학년 시기는 영어단어 몇 십개 더 암기하는 것보다 읽기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므로 독서를 줄이면 안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학년이 되기 전인 1~2학년 까지가 읽기독립을 이룰 절호의 기회이며 이 시기에 제대로 훈련하지 않으면 빠르게 건성으로 읽는 나쁜 습관이 생긴다. 아이가 한글문해교육의 어디쯤에 있는지 부모가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읽다보면 나아진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의 한글 해독과 읽기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읽기독립의 시기에는 살림도 2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난 늘 살림이 7순윈데...) 특히 읽기 부진을 겪는 학생들의 고질적 습관은 정독이 아닌 건성 읽기라는 점이므로 7~8세라면 아이의 읽기 독립에 부모가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 전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부모의 태도다. 부모가 불안을 이기고, 아이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게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부모의 기분과 불안과 불만,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되는 특징이 있다.
p.223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부모의 칭찬과 독려, 아이의 흥미를 고려한 선택의 존중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의 선택과 자율성이 빠진 독서는 더 이상 아이의 것이 아니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누구나 알면서도 하기 힘든 것이다.
읽기 독립의 단계를 이 책에서는 준비단계,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자세한 내용이 이 책의 4장에 나와 있는데, 새삼 이 파트를 읽으니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자랑스러워졌다. 이 파트에서 나 역시 올바른 읽기에 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구개음화, 비음화, 유음화 등 읽는 규칙은 중학교 때 국어 시험 치면서 배웠던 것 같은데 읽기 규칙을 미리 습득한 아이들은 훨씬 매끄럽게 글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1단계는 규칙 낱자 읽기 단계, 2단계는 불규칙 낱말 읽기 단계, 3단계는 의미 읽기 단계다. 나는 1,2단계를 무시하고 3단계를 억지로 아이에게 주입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단계를 차근차근 잘 밟아야 아이가 과부하에 걸리지 않고 꾸준히 독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느리게 한 권 정독하는 것이 빠르게 여러 권 읽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마음에 심어야 건성으로 읽지 않는다.
p.258
아이가 아직 초3이 되려면 멀었지만 초3부터는 어휘부스터를 장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휘지도 그리는 것을 권하는데 일종의 마인드맵이다. 어휘지도란 아이가 접한 어휘를 중심으로 관련된 어휘를 찾아 지도로 구성하는 방식이며, 반대말, 유사어, 사용용례를 찾아보고 작문을 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영어 단어를 모르면 사전을 찾으면서 일상에서 마주하는 우리말은 뜻을 몰라도 대충 넘어가는 습관이 독해력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나도 어휘를 많이 아는 편이 아니라서 이렇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엄마표 영어에 잔뜩 빠져 있던 내가 독서교육에 대해 잠깐 손을 놓고 있을 때 찾아와준 귀한 책이었다. 지금 한글을 막 뗀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아직 독서가 익숙지 않은 고학년을 둔 학부모가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