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과 한국 사회의 대전환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엮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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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에서 박태준 명예회장 10주기 추모 학술연구로 진행된 5인의 좌담회 내용을 엮은 책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크게 5가지 주제로 나누어 논하고 있는데, 자유의 문제, 시장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그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 상황, 전염병의 역사 되짚기, 양극화, 인지적 혼란과 탈진실에 대해 논하고 있다.

코로나가 막 전파될 시점에, 한 명씩 한 명씩 확진자가 늘어갈 때 확진자의 동선과 거의 모든 것들이 공개되었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다. 지금은 개별 확진자 동선은 거의 공개되지 않고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에 대한 정보만 공개된다. 이러한 변화에는 국가가 (아무리 코로나라는 위중한 상황에 있다 할지라도) 과도하게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억압하면 안된다는 뜻이 숨어 있다. 그러나 자유 없는 안전이냐, 안전 없는 자유냐는 늘 논쟁거리다.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것인지가 결국 문제가 되고 기술적이면서 세심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어 민주주의가 불안정해지고 양극화가 촉진되어 제도가 불안정한 가운데 포퓰리즘이 등장하면 경제 발전이 제한된다. 코로나는 이런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건데 우리나라는 재분배정책을 취약계층에 타겟팅하는게 아니라 정치적 목적 또는 경기부양에 쓰고 있다. 사회적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전염병의 역사는 꽤 많았다. 그때마다 정서적 혐오와 인지적 혼란이 뒤따라 가령 '페스트로 인한 르네상스' 같은 새로운 사상이 싹텄는데 사실 이미 사회 저변에서의 변화가 가속화된 것 뿐일수도 있다. 전염병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리셋시켰고 대면교육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등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가르침을 준다는 데 석학들 모두 동의했다.

팬데믹은 계급을 더 양극화시키는데, 학력 격차가 심해졌다는 말도 기사로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분명 온라인교육의 장단이 있는데 그걸 보완하기 위해 블렌디드 러닝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문제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다원화되어야 하며 그걸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인지적 혼란을 겪으며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탈진실을 기억해야 한다. 네트워크를 다양하게 하고 공감반경을 넓히고 디지털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팬데믹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을 살펴보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유익했던 책이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리셋의 측면과 다원화된 삶의 필요 및 인정, 전세계적 연대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주요 키워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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