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책.제목이 몹시 흥미로웠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정말 아무것도 없는 책일까?소녀 알리시아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할아버지로부터 책 한 권을 물려받는다. 그 책을 펼쳐본 소녀는 의문에 빠진다. 왜냐하면 그 책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알리시아는 텅 빈 책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물끄러미 그 빈 공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알리시아는 "생각"이 떠오른다. 기발한 생각, 즐거운 생각, 슬픈 생각, 재밌는 생각 등 온갖 다양한 생각들이 텅빈 책 위로 춤추듯 떠오른다. 어떤 생각은 바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어떤 생각은 시간이 지나야 떠오르기도 한다. 알리시아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아무것도 없는 책을 채워나간다. 생각은 생각에만 갇혀 있으면 아무 쓸모 없다. 더불어 티비나 핸드폰 등 현대의 각종 현란한 디지털 기기는 생각을 하는 법을 잊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알리시아에게 빈 종이, 아무 것도 없는 책은 그녀의 잠재력, 창의성의 표현이자 정리의 시간이었던 것이다.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알리시아는 그녀가 생각해낸 요리법들을 아무것도 없는 책에 옮기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집에 불이 나서 그녀가 빼곡히 옮겨놓은 요리법들은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지만 알리시아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생각 모든 걸 표현했고 머릿 속에 모든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책이 필요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든 우리는 책을 필요로 한다. 알리시아처럼 꿈꾸던 사랑을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요리사가 된다는 멋진 생각. 사랑을 꿈꾸는 달콤한 생각.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마주치는 곳인 책. 그것도 아무 것도 없는 책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알려준다. 온갖 소란스런 매체와 일상에 찌들려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을 놓치고 살았다면 아이와 같이 빈 종이책에 뭐든 생각나는 걸 떠올려보고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 주말에 아이와 함께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표현해 보아야겠다. 알리시아처럼 꿈을 이루고 사랑도 이루는 소중한 매개체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