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매트릭스 -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로버트 마이클 파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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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랗고 초록초록한 시원한 표지가 책을 읽기 전부터 나를 힐링시켰다. 나 역시 도시에 살고 있고 높고 네모난 건물, 빽빽하게 질주하는 자동차들과 그것들이 내뿜는 매연이 익숙해졌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렇게 도시화되지는 않았는데 산은 깎여가고 아파트는 늘어나서 지금의 지경에까지 왔다. 초등학생 때 집 마당에서 듣던 뻐꾸기 소리와 옆 공터에 찾아오던 박쥐무리들을 아직 기억한다. 이제 그런 공터나 뻐꾸기는 없다. 공간의 상실은 곧 추억이 상실되는 느낌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엽서의 사진을 보고 옛날을 회상하며 이 책을 쓰게 됐으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자리를 잃어가는 자연을 어떻게 보존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에세이다.

인간이 야생 서식지를 완전 점유하여 일반종 동식물도 사라지면 자연과의 접촉 경험이 줄고 관심도 멀어져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도 줄어든다. 이 순환이 인간과 자연을 단절시키는데 이것을 저자는 "경험의 멸종"이라 부른다.

교외는 시골이 아니다. 하지만 계획과 관심 그리고 자연에 많은 돈과 땅을 쓰려는 의지만 있다면 교외에도 가치 있는 것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p.35

아이들이 자주 찾는 도시의 공터가 파괴되면 아이들의 놀이의 상실, 자연 문맹, 고립을 경험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공원은 더욱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일했던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예로 들었는데 지금 공원은 기물 파손, 자연물 제거, 야생동물 먹이주기와 죽이기 등 수많은 불법행위들이 자행되고 있어 몸살을 앓고 있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의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를 과거로 돌리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파크 패스 제도는 상당히 설득력있다.

동식물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도 잠깐 소개되어 있는데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자연의 단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를 언급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는 감각과 그것이 주는 만족을 느끼라고 말한다. 만족을 글로 적으면 그 만족은 잊히지 않는다.
1960년대 디즈니가 스키 리조트를 세우려던 미네랄 킹에 대한 소회도 풀어놓는다. 대지 이용을 경제적 잣대로만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윤리적, 미학적으로 옳은지를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하여 저자는 <네이처 매트릭스>, 즉 자연과 인간은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자연은 인간의 정신이 기원하고 영구히 뿌리내리는 유기체와 같다는 핵심 개념을 정립한다. 그리고 이 개념에 필수적인 여섯 가지 요소인 대지윤리기초, 자연학습, 지역 초점, 합의 원칙, 공동체주의적 정의, 생태복구를 얘기하며 인간과 자연은 별개가 아니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상기시킨다.

나비학자이자 환경보호가이자 환경관련 작가로서 그는 환경문학을 생각하기에 이른다. 인간과 자연의 이원주의를 버리고 나와 타인(여기에는 자연도 포함되어 있다)이 하나이며 동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이 책은 계속 촉구하고 있다. 감성적으로 건드리기도 하고 이성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 안의 여러 에세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고 있고 또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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