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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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전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셰익스피어의 희극이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4대 비극과 5대 희극 중 이 작품은 5대 희극에 속한다. 1564년에 태어나 1616년에 사망한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여 이 작품을 해석해보고 현재와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부자인 밥티스타에게는 언행이 거칠고 난폭한 큰 딸 카타리나와 온순하고 순종적인 작은 딸 비앙카가 있다. 큰 딸을 먼저 시집보내야 작은 딸을 시집보낼 수 있기에(그 시대에는 언니 먼저,누나 먼저 결혼해야 순서다 하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밥티스타는 언니인 카타리나의 정혼자를 먼저 찾아야 했다.

비앙카에게 청혼하려는 그레미오와 호르텐시오는 카타리나의 짝으로 페트루키오를 추천하고 그저 돈많은 집 여자면 다 된다는 페트루키오는 이 카타리나가 어떤 여자이건 길들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억지로) 이르게 된다. 그 와중에 비앙카를 우연히 보게 된 루첸티오는 자신의 하인에게 자신의 역할을 하게 하고 자신은 비앙카의 가정교사로 신분을 위장하여 여러 청혼자들을 물리치고 결국 그녀의 마음을 얻어 결혼하게 된다.

사실상 희극의 중심 인물인 말괄량이 카타리나는 그녀보다 더 난폭한 남편 페트루키오를 만나 호되게 된통 당하여 결국 순종적으로 길들여지는데 그 과정이 희극의 백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던가. 자기보다 더한 미치광이 난폭한 막무가내 남편을 맞이하게 된 카타리나가 남편 말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칭송하는 후반부 장면은 초반의 카타리나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셰익스피어가 다같이 웃자고 만든 이 희극은 현대의 시점에서는 분명히 많은 불편한 점을 야기한다.

먼저, 남성에게 어필하는 최고의 여성상이 온순하고 순종적인 것처럼 그려진다는 점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이런 식으로 전개되면 아마 시청률은 1퍼센트도 안 나올거고 온갖 비난은 작가의 몫일거다. 게다가 온순하고 순종적인 비앙카와 반대로 언니인 카타리나는 자기 주장 강하다 못해 모든 일에 사사건건 소리 높이고 포악해 말괄량이 수준을 넘어서는 극단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어쩌면 요즘 세상에서 카타리나는 언행만 좀 다듬었으면 당당한 신여성이 되었을 수도 있다. 통통 튀는 매력녀로 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골칫거리 큰 딸을 시집보내야 하는 아버지는 큰 딸 먼저 시집보내야 작은 딸을 시집보낼 수 있다며 인기 많은 작은 딸이 청혼받지 못하도록 집에 가두는 케케묵은 가부장적 면모를 보인다. 또 여성에게 결혼의 상대를 선택할 우선권이 없었던 그당시 시대상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가 아닌 지금 살아 있음이 정말 다행으로 느껴진다.

순종적이지 않은 여성을 '길들인다'는 어감도 유쾌하지 않다. 여성을 길들인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이는 방식조차 저급한데 거기서 웃음이 나온다는 건 예전에는 길들여지는 카타리나에 대한 비웃음이었다면 지금은 길들이는 페트루키오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대한 어이없는 웃음일 것이다.



세상의 변화로 희극의 웃음 포인트가 변화한 지점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잘 짜여진 스토리로 오랜 시간 그의 희극이 사랑받아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배역에 따라 좌우 정렬을 달리하여 희극 대본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배치된 점이 아주 좋았다. 덕분에 셰역스피어의 대작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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